소설 [석빙화]는 고구려가 멸망하기 전 유민들의 줄기찬 투쟁의 역사 30년을 배경으로 하여 애절한 황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고구려의 마지막 황녀인 학아와 그녀의 호위무사인 무(無), 근접할 수 없는 신분의 격차로 절망하는 그들의 사랑이 쫓고 쫓기는 역사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나라 잃은 황녀에게 닥친 가혹한 운명과 사랑을 갈구하는 순결한 여인의 모습, 마지막까지 황녀로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그녀의 목숨을 건 선택, 그리고 그들이 나누던 가슴 멍해지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 모두가 감칠맛 나는 대사와 함께 작가 특유의 농밀한 터치 안에 녹아 흐르고 있다. 18개의 장과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짜여진 이 작품은 각장마다 결코 놓칠 수 없는 탄탄한 매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에필로그에서 그 유쾌한 완성미는 절정에 이른다.
줄거리 차가운 비가 휘몰아치는 요동. 고구려 장군 대조영의 처소에 강보에 싸인 두 여아가 보내어진다. 고구려의 마지막 황녀와 장군 고대문의 여식. 지나치게 강성하고 대범한 학아와 마냥 유하고 선하기만 미령은 위태로운 조국의 현실 때문에 서로의 운명이 바뀌게 된다. 오누이처럼 자란 대무예의 연정은 그들의 운명에 따라 얽히고, 혼란스러운 시대의 거친 파도는 그들을 덮친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국. 일찌감치 자신의 사명을 깨우친 학아는 마침내 오랜 시간 자신을 그림자처럼 지켜주었던 무에 대한 연심을 드러낸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엔 사명이 막중한 황녀의 자리. 결국 학아는 황녀로서의 마지막 사명을 다하기 위해 당의 볼모가 되기로 하고, 무를 남겨둔 채 혈혈단신으로 떠나는데……. 피할 수 없는 사랑, 피할 수 없는 운명! 예상치 못한 격정적인 사랑은 가슴이 저미는 슬픔으로 찾아든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