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이와 함께 왕수인의 철학, 양명학을 배운다 이 책은 새침하고 도도한 서울깍쟁이 수인이가 시골에 내려와 새로 사귄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과 겪게 되는 사건들을 통해 왕수인의 양명학에서 가장 중요한 ‘양지’를 배우는 과정을 그린 철학동화이다. 시골 학교에 전학 오자마자 수인이에게는 힘들고 고달픈 일들이 생긴다. 아이들은 이유도 없이 수인이를 미워하고, 게다가 서울에서 자신을 데리러 오신 아빠는 낯선 아줌마를 데려와서는 이제부터 새엄마라고 부르라는 말을 한다. 어린 수인이에게는 모든 것이 속상하기만 하다. 그러는 도중 학교에서 내 준 숙제인 양명학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는데 그 양명학이라는 학문을 만들어 낸 사람이 우연하게도 자신의 이름과 같다는 것, 그리고 그도 새엄마와의 사이에서 갈등을 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도덕을 지키지 않는 나쁜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는 것이 모두 지금 수인이의 관심을 끌 만한 것들이다. 수인이가 왕수인의 철학을 통해 지금 처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 보여 주는 이 책은 왕수인 사상의 중요한 핵심인 ‘양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주인공 수인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교과공부만을 하며 성적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한 우리 초등학생들에게 사람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양심, 예절에 대해 이야기 하고, 더 나아가서 왕수인이 말하는 각자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진리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동화를 통해 아이들이 조금 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르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꿈과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를 바란다.
- 양명학에 대해 조사를 해 오라고? 그게 뭔데? 왕수인, 이것이 내 이름이에요. 나는 서울에서 살다가 시골의 새싹초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어요. 난 서울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공부도 잘 했기 때문에 시골의 초등학교의 생활도 당연히 순조로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게 웬걸? 아주 촌스럽고 못생긴 애들이 나를 왕따시키기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바보같이 가만히 있을 줄 알았나 봐요. 아무튼 못~생긴 애들이 나를 왕여시라고 놀리는 바람에 전학 온 첫날부터 나는 기분이 좋지가 않았어요. 게다가 선생님까지도 나를 골탕 먹이시려는 건지 처음부터 양명학이라던가?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본 것에 대해 조사를 해 오라는 거예요. 인터넷도 안 되는 이 마당에 나는 걱정이 태산이었어요. 숙제를 잘 해가야 나를 놀린 못~생긴 애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 줄 텐데 말이죠. 그런데 마침 옆집에 철학대학교를 졸업한 잘 생긴 오빠가 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숙제에 대한 고민으로 옆집의 문을 두드린 나는 문을 열어 준 오빠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잘생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 게다가 지적인 분위기까지…. 이 오빠에게 양명학에 대해 물어본다면 분명 잘 설명해 줄 거라고 믿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오빠는 양명학에 대해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죠. 양명학을 알기 위해서는 중국 역사부터 각각 시대의 철학이 어떻게 변했는지까지 알아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어렵고 복잡할 것 같았던 양명학은 생각만큼은 어렵지 않았어요. 나는 좀 더 자세히 양명학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 사람의 마음에는 양지가 있어야 한다…. 아~ 마음을 따뜻하게 가지라는 말인가? 나는 양명학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양지에 대해 알아오라는 벌을 받았어요. 아빠에게 반항을 하는 마음이 생겨 하루 종일 집에 들어가지 않아 어른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렸거든요. 그나저나 아무런 힌트도 없이 양지에 대해 조사해오라니 정말 제가 받은 벌 중에서 가장 어려운 벌이었어요. 그래서 친구 ‘감자’와 같이 머리를 맞대고는 하루 종일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민을 마친 결과를 들고 나는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발표를 했습니다. 제가 양명학에 대해, 그리고 그 핵심이 되는 양지에 대해 어떻게 이해를 했는지 그 발표 내용을 한번 들어 보실래요?
“저는 왕수인의 사상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기로 했지요. 간단하고 쉬운 학문을 추구했던 왕수인은 모든 사물에 진리가 숨어 있다는 주자의 사상을 반박하여 진리란 오직 사람의 마음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감자와 저는 ‘양지’ 역시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곧 진리가 ‘양지’임을 깨닫게 되었지요. 양지란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종의 양심과도 같습니다. 모든 사람은 도덕적인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지요. 즉 어떤 경우라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그중 옳은 일을 하게 도와주는 능력, 그것이 바로 양지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양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착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고요. 오늘날 우리 주변을 보면 욕심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착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옳은 일을 하려고도 하지요. 대체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누가 시킨 것일까요? 아니면 학교에서 그렇게 안 하면 안 된다고 배웠을까요? 아닙니다. 왕수인은 사람이면 모름지기 그런 착한 마음을 원래부터 가지고 태어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왕수인이 깨달은 이 진리는 어버이에게 효도하며 형제를 공경하고 친구들과 잘 사귀며 이웃 어른들과 스승을 잘 받들고 마을과 고장의 평화를 위한 것과 관계된 깨달음입니다. 그런데 감자와 저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착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는데 왜 모두가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옆집 오빠는 양지란 깨알보다도 더 작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라고 하였어요. 그 가능성을 키우지 않고 내버려 두면 착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요. 저희 할머니는 밭에 호박이랑 상추랑 고추를 키우세요. 할머니는 농사가 잘 되게 하기 위해 밭에 냄새나는 거름을 뿌리시지요. 저는 그 거름 냄새가 너무 싫었어요. 머리가 띵할 지경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어젯밤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할머니가 만약 거름을 뿌리지 않았더라면 호박이랑 상추, 고추는 벌레를 먹고 결국 농사를 망치고 말았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양지를 갖고 태어났지만 양지를 더 키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절대 착하게 살 수 없을 겁니다. 결국 양지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다스려서 키워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양지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세상에는 친구를 괴롭히는 것이 나쁜 일인 줄 알면서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어요. 또 나를 아껴 주는 사람에게 못되게 구는 것이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계속 하는 아이도 있지요. 그렇지만 저는 이미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다시 착한 사람이 되기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의 양심이 멍들기 전에 다시 착한 마음으로 돌이켜 반성해 보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분명히 양지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이 벌을 받으면서 깨달은 것은 바로 그거예요. 저는 이제 양지를 점점 넓혀 나가는 착한 아이가 될 거예요. 다시는 어른들께 걱정 끼쳐드리지 않는 예쁜 수인이가 될게요.” (/ 본문 중에서)
- 이제 알만큼 알았지? 다음 관문을 통과하면 이제는 참된 사람이 될 수 있어 아는 것은 행동의 중요한 방향이다. 행동은 아는 것의 공부이다. 아는 것은 행동의 시작이고, 행동은 아는 것의 완성이다. 아는 것을 말하면 행동이 이미 그 속에 들어 있고, 행동을 이야기 하면 아는 것이 그 속에 자연히 들어 있다. (/ 본문 중에서)
맞아요, 머릿속으로 알기만 하면 뭘 해요. 왕수인이 위에 말한 것처럼 행동을 해야죠. 지행합일!! 그래서 처음엔 나를 미워했지만 이제는 나를 좋아해주는 친구들과, 새엄마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공부한 것이 되는 거잖아요. 왕수인을 통해 내가 더 똑똑하고 착한 어린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요.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