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빵 사람이 아름답다 토끼 장례식 새로 놓은 다리 수달 이야기 새와 할머니 어깨동무 동상 아침 햇살 오르거든 자장면
어리석고 잔인한 사람들, 과연 사람이 아름다울까? 홍기 동화 중「수달 이야기」는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인용하고, 아기 수달 이슬이의 세상 구경 이야기를 들려 주던 작가는 이슬이가 사람들에게 발길질 당해 죽자, 다시 기사 형식의 논평을 덧붙임으로써 사람이 잔인함과 어리석음을 차갑게 나무란다. 풀밭에서 공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이 별안간 이슬이에게 달려들어 발길질을 해 댄 데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수달 이슬이가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다거나 하다못해 공놀이를 방해한 일도 없다. "어머니,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워요. 하늘도 있고, 새도 있고, 풀도 있고, 조약돌도 있기에 아름다워요. 그 모든 것들이 함께 살아가기에 더욱 아름다워요. 만약 그런 것들이 없다면 얼마나 쓸쓸할까요?"라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던 이슬이에게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재앙인 것이다. 이쯤 되면 말세라느니, 세상이 더 나아질 일은 없을 것이라느니 불평하고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 수순인 듯하다. 하지만 『사람이 아름답다』의 작가 홍기는 짧지만 단호한 어투로 "사람은 아름답다"고 단정하고 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사람이 꽃보다 별보다 아름다운 까닭 홍기 동화집 『사람이 아름답다』에 수록된 아홉 편의 단편동화들 중에 앞서 소개한 「수달 이야기」는 주인공도 동물이려니와 비극적인 결말을 담은 내용까지 다른 동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더욱이 『사람이 아름답다』는 책 제목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동화인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수달 이야기」 역시 사람에 관한 동화이다. 아기수달 이슬이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잔인한 사람들의 모습을 한 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보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모습을 짚지 않고서는 도무지 "사람이 아름답다"는 결론은 내릴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표제작「사람이 아름답다」에 등장하는 하수는 좋아하는 선생님을 위해 비바람을 무릅쓰고 문어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다. 처음엔 '거지아이'로 착각할 만큼 더럽고 말 안 듣던 하수가 밝게 변한 것은 하수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선생님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하수를 경계하고 골치 아프게 여기던 선생님이 하수를 보살피게 되는 것은 하수의 처지를 이해하고 안쓰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또 다른 동화「옥수수빵」과「어깨동무 동상」,「아침 햇살 오르거든」에서 사람들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안타까워하며, 위해 주다가 마침내 말없이도 서로를 환히 들여다볼 경지에 이르는 모습은 저마다 아름답고 아름답다. 서로 이해한다는 것은 변화를 전제로 한다. 변화하지 않고, 다른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수달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아무리 어리석고 잔인한 사람들이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을 뉘우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이 아름답다』의 작가 홍기는 지금 눈에 보이는 모습 때문이 아니라, 언제라도 바뀔 수 있고 뉘우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아름답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 점에서 작가가 독자인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수달 이야기」에서 발길질하는 사람들은 말린 것도, 「사람이 아름답다」에서 깊은 애정을 보여 준 것도, 「아침 햇살 오르거든」에서 한 점 의심도 없이 믿는 바대로 행한 것도 모두 어린아이들의 몫이다. 그래서 "따지지 않고 사람들의 모든 잘못을 덮어" 주는 산처럼 "우리 어린이들도 산을 닮은 사람으로 커 주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은 "사람이 아름답다"는 단정적인 어투 속에 담겨 있는 자상한 타이름이다. 홍기 동화집 『사람이 아름답다』는 아홉 편의 단편동화를 싣고 있으며, 이 중 동화 「옥수수빵」과 「아침 햇살 오르거든」은 각각 초등학교 5학년 1학기와 2학기 『읽기』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