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무엇이 잘못됐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고유한 문제들은 무엇인가? 저자들은 대한민국의 문제를 추리기 위해 서베이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는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었다. 오피니언 리더는 공식적인 리더는 아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반드시 높은 사람들도 아니다. 저자들은 그러나 한국 사회의 문제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시각을 빌리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고른 열 가지 화두에 우선순위를 매기기 위해 저자들은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시도했다. 이 서베이는 여론조사 전문회사 디오피니언이 대행했다. 일반 국민 서베이의 응답률 순으로 이들 화두를 열거하면 이렇다.
고용 불안, 정치적 리더십 부재, 저출산ㆍ고령화, 집단 이기주의, 경쟁력 낮은 교육, 노사 갈등, 기업 활동 규제, 분단 체제와 그 비용, 반기업ㆍ반부자 정서, 성장 동력의 소진.
열 가지 화두에 대해 저자들은 분석 기사를 썼다. 또 열 사람의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해결 대안을 제시했다. 오피니언 리더 서베이에 응했던 오피니언 리더 중 열 사람이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릴레이 코멘터리를 썼다. What‘s Wrong Korea?라는 도발적인 제목에 대해 저자들은 1991년 미국의 권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가 시도한 탐사보도 시리즈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사회의 중산층 붕괴, 연금 고갈 등을 다룬 이 기념비적인 탐사 기사는 이듬해 America: What Went Wrong?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대한민국은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산업화는 다른 나라들이 2백 년 걸려 이룬 시대적 변화였다. 21세기적 변화인 정보화는 이미 선두 국가다. 이 같은 ‘압축 성장’은 여러 문제들을 배태했다. 성장의 과실을 둘러싸고 갈등이 분출하고 있지만 조정과 타협은 좀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성장의 동력은 떨어지고 있는데 해법이 마땅치 않다. 미래 전망은 그래서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2006년 벽두 우리들은 <이코노미스트> 창간 기념호용 특집거리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 사회의 화두를 규명해 보기로 했다. 대한민국, 무엇이 잘못됐나?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고유한 문제들은 무엇인가? (중략)
책을 내기 위해 원고를 보강하는 동안 2006 FIFA 독일 월드컵이 열렸다. 한국 대표팀의 선전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기는 축구 지도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집권 열린우리당의 5ㆍ31 지방선거 참패는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를 가중시켰다. 때마침 정부는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이라는 이름의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원 성과급제를 확대키로 하자 교원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집단 이기주의’가 따로 없다.
세계가 월드컵에 열광하는 동안 북한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별렀다. 광주에서는 북측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6ㆍ15통일대축전이 열렸다. 월드컵 경기 방송 화면을 북측 위성을 향해 송출 중이었던 방송위원회측은 “월드컵과 미사일은 서로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변했다. ‘분단 체제’는 여전히 질곡으로 작용했고, 그 비용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열 가지 화두는 이렇듯 현재진행형이다. - 머리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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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