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으로 '변신'은 그리 낯선 주제가 아니다. 변신에 관한 이야기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어왔다. 우선 로마제국 때의 아풀레이우스의 <변신>이나 오비디우스의 <변신>부터, 카프카의 <변신>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스트빈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나 웰스의 <투명인간>, 마리 다리외세크의 <암퇘지>도 마찬가지로 '변신' 코드의 작품들이다. 그런가 하면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원더우먼, 600만 불의 사나이 등의 영화 캐릭터 역시 '변신'을 통해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작품이나 영화에서 '변신'은 인물이 처한 비인간적 조건이나 상황에 대한 알레고리로 쓰이거나,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내재하는 속성을 풍자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알리스와 소시지>도 '변신' 코드로 해석 가능한 작품이다. 특히 이 책은 카프카의 <변신>이나 마리 다리외세크의 <암퇘지>의 연장선상에서볼 수 있다. 하지만 곤충이나 암퇘지로 변하는 것보다 알리스의 변신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먹는 자에서 먹히는 자로의 변신, 자기 욕망을 가지고 살아 숨 쉬는 존재에서 순전히 타인에게 제공되는 무생물로의 변신이라는 점에서이다. 알리스는 아버지의 충격적인 조언 때문에 일차적으로 '먹는 자'가 되지만, 어머니로부터 애인을 빼앗기면서 부터는 '먹히는 자'가 되고자 한다. 자기의 생명과 욕망을 완전히 무화시키고 쌍둥이 형제에게 흡족한 먹을거리로 현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학적으로 풀어낸 성욕과 식욕의 심리적 관계
주인공 알리스는 결핍을 메우기 위해 병적으로 음식과 섹스에 탐닉한다. 음식과 섹스는 이 소설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모티프들이다. 이 책은 시종일과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로 독자의 오가을 자극하는데, 알리스가 처음으로 남자에게 몸을 허락할 때조차도, 성적 쾌락에 대한 묘사는 음식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들의 나열로 대체된다. 또한 그녀가 내면의 결핍을 느끼고 사먹는 콘 아이스크림은 결국 오럴섹스의 은유로 볼 수 있다. 그러다면 성욕과 식욕, 이 둘은 심리학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을까? 인간이 지닌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일상사에 늘 영향을 끼쳐왔다. 일찍이 프로이트의 동료이자 성도착증의 권위자였던 크라프트 에빙은 배고픔과 사랑이 이 세상 모든 일을 지배한다'고 식욕과 성욕의 연관성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신경의학적으로 보면 '식욕과 성욕을 관장하는 영역이 뇌의 부분 중 변연계에 함게 있다'고 하니, 두 가지 욕구 사이의 깊은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셈이다. 이는 실제로 인간의 본능이나 숨겨진 욕망을 그린 소설이나 영화, 또는 이러한 욕망을 통해 소비를 자극하는 광고에서 종종 나타난다. 이를 모티프로 한 영화들로는 <나인 하프 위크>, <하몽하몽>, <샤만카>가 있다. 우리나라 영화 <301, 302>, <처녀들의 저녁식사> 또한 음식을 섹스의 도구로 적나라하게, 또는 은밀하게 연결시킨 작품이다. 문학에서는, 1989년작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이 사랑과 성을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결쾌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던 음식과 성에 대한 대중소설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