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년 전 우리 조상의 꿈이 화려하게 그려진 조선시대판 판타지(fantasy)의 세계 이 책 [선비 한생의 용궁답사기]는 매월당 김시습의 [금오신화] 다섯 편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중에서 '용궁부연록'을 각색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유교 사상의 토대에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금기시한 조선시대 초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쓴 이 이야기는 현대에 인기 있는 '판타지 소설'의 원조격인 작품입니다. 땅에 사는 사람과 바다 속 용궁에 사는 신(神)과의 소통,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하고 서로 포용하는 모습, 신비한 용궁 세계, 용궁의 진귀한 물건들을 화려하게 수놓은 화려한 그림들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게와 거북을 '곽개사'와 '현선생'으로 의인화한 우스꽝스런 표현, 용궁의 큰 다락에서 본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 신비한 도구들과 그 도구에 얽힌 의미, 꿈과 현실의 넒나듦 등 재미난 이야기들이 우리 아이들을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로 데려갈 것입니다. 옛이야기의 감수성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분인 홍성찬 선생님의 그림과 원전(原典)의 느낌을 맛깔스런 언어로 함축성 있게 살린 시인 박철 선생님의 글로 꾸며져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선비 한생, 용궁에 초대되다. 글에 능해 그 재주가 임금에까지 알려진 선비 한생이 개성에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해가 저물 무렵, 글을 읽는 한생 앞에 하늘로부터 구름을 타고 내려온 두 사람이 한생을 용궁으로 데려갑니다. 용왕은 새로 지은 별당에 올릴 축문을 지어줄 것을 청하게 되고, 한생은 글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해 용왕으로부터 지극한 칭송과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됩니다. 화려한 용궁에서 잔치가 벌어지고 한생은 인간 세상에서 알 수 없는 즐거운 여흥을 체험합니다. 또 신비하고 웅장한 용궁의 이곳저곳을 두루 구경한 뒤 돌아가길 재촉합니다. 이에 용왕은 "인간 세상이 용궁보다 못할 것 없으니 돌아가 자연을 벗삼아 즐거이 살기를 바란다'는 작별 인사를 하고 비단과 구슬을 선물로 줍니다. 문득 눈을 뜬 한생은 자신의 품속 구슬을 보고 용궁 세계에서 보낸 일이 꿈이 아니라 믿고 그 일들을 깊이 간직하여 남은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