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우주 속의 한 행성, 그 행성의 한 대륙, 그 대륙의 한 나라, 그 도시의 한 동네... 작가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저 멀리 아득한 우주에서부터 우리의 시선을 옮겨 왔다. 그리고 마치 카메라를 줌인하듯 커튼이 쳐진 창문을 통해 책을 읽고 있는 마들렌카의 모습을 바싹 끌어당긴다. 긴장감을 조였다 늦췄다 하는 포커스 조절에 신기해할 겨를도 없이, 마들렌카가 보고 있는 책 속으로 시선을 돌리면 가지각색의 개가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 마들렌카가 관심을 둔 것은 바로 '개'이다. 귀여운 아이 마들렌카는 줄을 묶어 동네를 산책하고 다닐 수 있는 개가 갖고 싶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개 이야기는 어린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친근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마들렌카의 ?보이지 않는 개?와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며 각국의 다양한 개를 만나고, 각종 개의 이름을 망라한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즐거운 탄성을 지르며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마들렌카'에 이어 평면적인 책 속에다 공간화된 삼차원을 세워 자유롭게 공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 있다. 더하여 구멍 뚫기, 들춰보기 등의 기법을 사용해 한층 가슴 설레며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 전작에도 나왔던 세계 각지에서 온 동네 사람들이 기꺼이 자기가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개의 모습을 일러 주며 개를 갖고 싶어하는 마들렌카의 바람에 동참한다. 프랑스에서 온 가스통 아저씨, 독일에서 온 그림 아줌마,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꽃가게 에두아르도 아저씨, 그리고 일본에서 온 미치코 언니 등 그들이 어린 시절 보았던 개가 날개 속에 숨어 있고, 마들렌카와 친구 클레오파트라는 구멍을 통해 공간을 이동하며 여행을 한다. 유니콘과 공룡이 나오는 동화 속 나라, 고대 이집트 벽화를 연상시키는 곳, 눈 내리는 북극까지... 그리고 거기에는 아이들이 꿈꾸고 상상하는 환상 속 동물과 소재가 곳곳에 숨어 있다.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보여 주는 다양한 개와 장소는 바로 아이들의 즐거움이며, 또한 아이들의 작은 세계인 것이다. 점묘법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일러스트와 다채로운 색감, 단순 명료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글, 흥미를 돋워 주는 독특한 기법과 구성 등 피터 시스의 역량이 빛을 발하며 환상과 현실 속 아이들의 세계를 보여 주는 이 작품은, '마들렌카'에 이어 또 한번 독자들에게 큰 줄거움을 안겨 줄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