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는 것이 힘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 2. 국가 법질서의 분석가 | 토머스 홉스 3. 사유하는 자아의 확실성 | 르네 데카르트 4. 인간 조건의 실존론적 탐구자 | 블레즈 파스칼 5. 정신과 평행한 신체 | 바루흐 스피노자 6.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권리로서의 자유 | 존 로크 7. 합리주의의 절정 |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8. 철인들의 철학 | 프랑스 계몽주의자들 9. 이성의 균열 | 데이비드 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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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종말?>
철학은 애매모호하다. 철학은 유한한 인간의 결핍을 표상한다. 그것은 어스름한 빛 속에있다. 이러한 철학이 종말을 고했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지도 오래되었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 전체가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술적인 학문에 밀려 이른바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금세기 최고의 사상가로 일컬어지는 하이데거는 이미 1930/40년대부터 ||^철학의 종말||^을 주장했고 그 이전에 헤겔 역시 철학의 종말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는 철학의 종말은 철학의 내부논리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철학이 그 본래의 기능을 다하고 기술화된 학문들로 대체되어 버렸다는 의미의 종말인가? 아니면 전형적인 이성의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감성의 시대에 그 유용성을 소진했다는 의미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지도 않은 채 철학을 폐기처분하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 왜냐하면 철학의 종말은 ||^삶과의 관계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철학의 종말||^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시대에 철학을 정당화하고 박제화된 철학이라는 개념에 피를 흐르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학문의 거장들 시리즈 첫 번째인 「철학의 거장들」은 서양철학의 역사를 거장의 역사로 기술하되 ||^철학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새롭게 제기함으로써 철학을 정당화하고 있다. 「철학의 거장들」은 독일 유수의 인문사회과학, 예술 전문 출판사인 C.H.베크 출판사가 20세기의 각 학문분야를 인물별로 정리한 거장들 시리즈(총11개분야 전19권)가운데 하나이다.
<철학사에서 거장들이란?>
철학의 거장들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한 사람이 아니다. 편저자 회페에 따르면 철학의 거장은 사유의 독창성, 철저함 및 일관성에 힘입어 세계를 변화시킨 사람들이다. 고대 로마에서 클라시키(Classici)가 최고 지배자 집단의 일원이었듯이, 철학에 고유한 사유를 가장 탁월하게 실현한 사람만이 거장에 속한다. 따라서 그들은 우리에게 철학의 임무, 가능성, 심지어 한계에 대한 정보를 가장 잘 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며, 서구정신의 발전사상 중요한 단계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오늘날의 우리 사유를 규정한 근본개념, 방법 및 태도의 기원을 현시하는 사람들이다. 그럼으로써 거장들은 스스로 사유하도록 우리를 자극하는 사람들이다.
<「철학의 거장들」의 구성상의 특징>
이러한 철학적인 질과 중요성이라는 척도 외에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고대·중세철학 및 비독일어권이나 비영어권의 근대철학에 대한 과소평가를 교정하는 차원에서 거장들을 선별하고 있다. 또한 철학의 주요 흐름들이 과대·과소평가 되거나 편향되게 기술되지 않도록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과 스토아 학파, 프랑스 계몽주의, 미국 프래그머티즘, 호르크하이머 및 아도르노 등의 여러 철학자들을 한 장에 묶어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철학자로서 이 책이 갖는 차별성은 각각의 글들이 현재의 국제적인 연구상황을 바탕으로 하면서 새로운 문제제기와 방법을 고려하여 거장들에 대한 정보 및 비판적인 설명을 개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장의 서두 부분에서는 거장들의 생애가 짤막하게 설명되고, 그 정신사적·사회사적인 배경이 언급된다. 본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부분은 각 철학자들의 삶과 관련하여 서술된 대표적인 저서에 대한 논으로서, 각 작품들의 주제적·역사적 측면, 이전 및 당대의 작품들과의 상호연관성, 물음의 제기와 방법, 의도, 해결방안 및 근본개념에 대한 논의,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정리된 영향사는 밀도 있게 쓰여진 철학사임을 입증한다. 뿐만 아니라 부록에서 상세하게 제시된 풍부한 참고문헌은 최신의 연구동향을 고려하여 작성된 것으로 원전과 중요한 참고저작들에 대한 유용한 정보이다. 한편 「철학의 거장들」은 각각의 거장에 대해 최고의 전문가들이 집필을 맡아서 전문가를 비롯한 일반인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서술되었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각장의 마지막 부분에 나와 있는 저자들의 약력은 그들이 ||^거장||^에 대해서 기술할 수 있는 학문적 폭과 넓이를 두루 갖춘 학자들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번역이 모두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은 읽는 이로 하여금 거장들의 사상과 사유를 원활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한다.
<고대철학의 목마를 탄 중세철학>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철학자에서 중세철학과 근대철학의 가교역할을 한 쿠자누스까지 다루고 있는 「철학의 거장들 1」은 고대·중세편이다. 옮긴이 신창석 교수는 머리말에서 ||^거인의 어깨에 목말을 탄 난쟁이||^의 비유를 들어 고대철학과 중세철학의 지평을 설명한다. "중세철학은 문명의 뒤안길로 사라진 고대철학이라는 거인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그 어깨 위에 올라감으로써 오늘의 면모를 기획할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 즉 이오니아 자연철학자들인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와 같은 거장들이 인간의 근본물음을 정립, 이 물음을 대답하기 위한 개념과 방법을 고안 해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편 고대 철학사의 맨 나중 시기를 장식한 신플라톤주의의 창시자 플로티노스와 데카르트보다 일찍 인간적 정신을 세계의 아르키메데스 점으로 정초한 중세의 철학자 쿠자누스 등을 다루고 있는 중세철학 편은 인간 같은 존재자만이 철학을 한다는 사실, 즉 철학을 하기엔 동물은 너무 적게 알고, 신은 너무 많이 알기 대문이라는 사실을 철학사적으로 음미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서양철학의 허리, 근대철학>
베이컨에서 흄까지를 다루고 있는 근대편 1, 2는 실체 중심의 고대철학에서 체계 중심의 근대로의 철학사적 변화를 보여준다. 머리말에서 옮긴이 이현복 교수는 이 책을 통해서 근대의 철학이 보여준 특색과 용기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그것은 곧 부패된 중세의 정신문화로부터 근대철학자들이 과감히 자신의 철학을 제시한 논리와 사유의 열정일 것이다. 자연철학에서의 브루노와 갈릴레이, 새로운 철학적 방법론을 제시한 베이컨과 데카르트 등이 그들이다. 특히 서양의 근대 철학은 옮긴이의 말과 같이 서양 철학의 허리에 해당한다. 탈현대를 올바로 사유하기 위한 토대가 근대 철학이라는 것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눈에 바라본 20세기의 사유>
니체로부터 시작하는 현대편은 회페에 따르면 편집자들이 거장을 선별하는 데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었다. 따라서 거장들의 반열에 생존자를 제외한 것은 최소한의 객관성을 담지하기 위한 기준이다. 머리말을 쓴 이진우 교수는 "니체에서 시작하여 사르트르에 이르는 현대 철학의 거장들이 남겨놓은 사유의 흔적은 한결같이 ||^회의||^와 ||^시작||^의 기호를 달고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통 형이상학에 의해 더 이상 해석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하여 삶과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니체,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아도르노 등으로 대변되는 철학적 부정성이 전통의 창조적 재해석이라는 측면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현대사상의 흐름과 성격을 일목요연하게 가늠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