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자유로부터의 해탈 2. 진정한 자유시인 3. 허무와 이상향의 나라 4. 차 향기처럼 그윽한 미학 5. 술에 얽힌 문단 이야기 6. 시조로 녹여낸 삶의 향기 7. 예술이 숨쉬던 시절 - 벨 에포크 8. 황량한 한국문단의 내면풍경 9. 이 시대, 궁핍한 것은 시인인가 문학인가 10. 폐허, 그 어디에 구원이 있을까
현대의 삶은 물량주의적인 속도전과 끊임없는 업그레이드를 요구한다. 그래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고 할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각박해져만 가고 있다. 돈의 가치가 가장 우선시되는 현대를 사는 우리의 정신은 오랜 가뭄 속의 논바닥을 방불케 한다. 한소운 시인의 예술기행 '황홀한 명작 여행'은 가뭄 끝에 맞는 시원한 소나기이다. 시인은 특유의 감수성으로 인접예술에 대해 부단한 관심을 쏟아 16편의 글을 낳았다. 아마도 독자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동서고금의 거장들과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궁핍한 시대를 살았지만 화려한 정신의 불꽃놀이를 한 사람들이다. 지적 여행이 즐거운 건 열린 예술을 찾아 어딘가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도 음악도 미술도 아는 만큼 다가온다. 인품을 가꾸는 데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문화생활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동시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영화만한 것이 없겠고, 감수성을 키우는 데는 음악만한 것이 없겠다. 또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자면 미술만한 것이 없겠고, 세상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책읽기가 제격이다. 한소운 시인의 예술기행 '황홀한 명작 여행'은 단순한 명작의 순례가 아니다. 고전, 문학, 영화, 문예사조, 연극, 음악, 미술분야를 몸소 체험하고 꼼꼼히 기록해나간 지적 여정이다. 예술의 혼을 가슴에 담아내는 시인의 지적 여정은 필자만의 지적여정이 아닌 독자와 함께 하는 여정이어서 더욱 즐겁다.
고전 - '장자, 부자유로부터의 해탈'에서는 '화려한 제삿소보다 진흙탕에 뒹구는 돼지가 낫다'는 장자의 처세관을 소개하고, 아무데도 얽매이지 않으려는 장자가 인간에 대한 본질을 꿰고 있어서 무한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 가능함을 서술했다. 곽상의 해제를 실은 것은 필자의 꼼꼼한 책읽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진정한 자유시인 김삿갓'은 자유를 꿈꾸는 시인 김삿갓에 대한 단상이다. 하늘을 바로 보는 게 죄스러워 삿갓을 쓰고 세상을 떠도는 그의 한 많은 삶을 이해한 한 필자는 삿갓이 묻혀 있는 영월 땅을 찾아 술 한잔 따라드리며 그의 명복을 비는 글에서, 필자가 진정 자유주의자인지 삿갓이 자유주의자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시인의 그에 대한 애정은 동류의식이기보다는 한 자유주의자에게 바치는 찬사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문학 - '설국'은 눈과 터널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글의 백미다. '설국'의 무대가 눈이라서가 아니다. 몹시 추운 이 겨울, '설국'을 읽으면서 필자의 읽어내기와 쓰기와 바라봄의 세계를 또 다른 면에서 생각하게 한다. '차 향기처럼 그윽한 미학'에서는 김소운, 오천석, 중국 산문문학의 대가 노신의 수필을 음미하고 있다. 풋풋함을 느끼게 하고 향기를 전해주는 수필이라면 맛과 멋은 금상첨화다. '술과 문학'에서 술과 문인들의 일화를 맛깔스럽게 소개하고, 조지훈 선생의 '주도유단'에서 말하는 주도 18등급의 의미를 되새긴다. 글의 행간을 더듬어가다 보면 필자의 술 예찬은 주도와 주석의 단아함이 주는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선배문인들이 멋스럽게 살아왔던 과정 속에 술이 얼마나 인생을, 문학을 숙성시켰는지를 보여주며, 수주, 무애, 공초 등이 일제시대를 의연하게 이겨내게 한 동력이 바로 술이었고, 술은 위대하고, 술은 문학의 한 축이라고 아니 문학 안에 술이 있다고 말한다. '시조로 녹여낸 삶의 향기'에서는 조선시대 선조들의 시조향기를 가뭇없이 피워올리면서 자칫 서양지상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필자의 마음이 애잔하게 읽힌다. 필자는 옛 선비들과 함께 시를 논하고 술을 마시며 고려와 조선을 넘나들며 교유를 즐기고 세상을 품에 안고 산다. 시인인 필자가 이백이고 도연명이다. '황량한 한국문단의 내면풍경'에서는 전생과 이데올로기가 문단마저 피폐하게 했으나 상처를 치유해주는 자양분 중 하나가 문학이었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렇듯 전쟁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한 한국문단은 새롭게 빗장을 준비해 내일을 열어보임을 보여준다. '이 시대, 궁핍한 것은 시인인가 문학인가'에서는 비평이 문학이 되어버린 시대에 진정한 시인은 무엇인가를 물으며 글 아닌 글을 써도, 싸구려 잡문에 목숨줄을 이어간다 해도 시가 시일 수 있고 문학이 문학일 수 있을 때 문학이 예술로서 자리한다고 말한다. 작금에 들어와서 궁핍한 것이 시인인지 또는 시인지 스스로에게 화두를 남긴다. 영화 - '길'은 페데리코 펠리니가 1954년에 만든 영화로 그의 자전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 떠돌이광대의 삶을 통해 전쟁이 남겨준 상흔을 여타의 감독들이 사회주의적 관점으로 볼 때 펠리니는 따뜻한 인간애와 성찰을 담아냈다. 필자는 '길'을 열린 마음으로 본다. 그건 펠리니가 추구하는 세계와 같다. 바닷가에서 젤소미나가 연주하는 트럼펫의 선율은 가슴을 저민다. '세월, 그리고 버지니어 울프'는 커닝햄의 '디 아워스'가 원작이다. 세 여자에겐 댈러웨이 부인이 운명처럼 함께 한다. 로라에겐 자아를, 클래리사에겐 헌신을, 과거와 현재를 씨줄과 날줄로 오가는 세월 속엔 이미 댈러웨이 부인은 숙명이며 시간은 두 사람을 비켜간다. 세월 속의 댈러웨이 부인과 오늘의 두 여자는 어디쯤에서 댈러웨이 부인과 조우할까. 문예사조 - '예술이 숨쉬던 시절 벨 에포크'는 20세기가 열리면서 산업사회에서 예술이 만개한 시기였다 자본주의와 예술이 만나 꽃을 피운 시기가 벨 에포크다. 낭만도, 사랑도, 문학도, 철학도 그 시절에 만개했다. 던컨과 예세닌, 디아길레프, 나탕송 ...... 벨라스케스, 가우디, 러스킨, 카프카 등이 19세기 말엽에서 20세기 초에 예술을 수놓았다. 그 시대를 새롭게 조명한 글에서 또 다른 예술의 세계를 보게 된다. 연극 - '그 영혼의 울림'에서 연극이 갖는 시대사적인 의미를 캐면서 세계의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 라신, 몰리에르, 마리보, 보마르셰와 20세기 현대연극의 양상을 소개한다. 특히 역사가 일천한 한국연극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연극의 매너리즘을 질타하는 데서 벗어나 연극현장을 함께하는 필자의 분주한 발울림이 우리의 귀를 잡아끈다. 음악 - '대중가요, 그 아련함의 코드'에서는 오래 된 대중가요 자료를 통해 이 시대 가요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말해준다. 대중가요에 대한 애정은 세대와 세대 사이를 뛰어넘으려는 필자의 또 다른 면을 엿보게 한다. 코드가 다른 음악인데도 필자는 남다르게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음악은 민중과 함께한다고. 곧 랩문화도 우리의 한 대중정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슴을 적시는 영혼의 소리'에서는 고전음악의 참맛을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는 영혼의 울림이라고 말한다. 모스크바 필의 연주를 보고 그 맛을 전해주고 있으며, 클래식의 향기는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전에 흠뻑 취해보는 것도 우리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미술 - '박수근의 그림을 따라'는 서울에서 박수근미술관이 있는 양구까지 차로 서너 시간 걸리는 미술관 탐사방문기이다. 박수근의 작품을 자연과 거리의 풍경에 따라 설명하는 독특한 구성을 시도하고 있어서 그림산책이라 불러도 좋을 편안한 내용의 글이다. '폴 고갱'은 원시의 생명성을 추구한 화가 폴 고갱의 연대기를 추적하면서 필자는 고갱을 만나 예술을 논하고 타히티의 풍광을 가슴에 훔쳐내는 데 열중한다. 고갱의 이상향을 그린 대작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서 필자는 가장 감동을 받았으며 영혼이 숨쉬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