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주요 개념들: 매체, 콘텐츠, 메시지 1. 매체 2. 콘텐츠 3. 메시지 4. 매체연구방법
II. 매체와 지각 1. 맥루언 담론의 사회과학적 의미 2. 맥루언의 매체감각론 3. 핫미디어와 쿨미디어 4. 매체의 유형과 인간의 자각
III. 매체와 역사 1. 비시각적 분석 2. 매체와 사회변화 3. 맥루언식 문명론의 정치사회학적 함의
IV. 맥루언의 뿌리: 트리비움과 신비평 1. 맥루언 테제의 성격과 형식 2. 맥루언의 뿌리I - 트리비움 3. 맥루언의 뿌리II - 신비평주의 4. 맥루언 바로 읽기
V. 맥루언의 생애 1. 대초원기에서의 유년기(1911~1928) 2. 마니토바 대학 시절(1928~1934) 3.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1934~1936) 4. 견습교수 시절(1936~1940) 5. 정착기 6. <기계신부>의 시대(1946~1951) 7. 커뮤니케이션의 발견(1951~1958) 8. 일렉트로닉 콜 걸(1958~1964) 9. 캐나다 지성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존재(1964~1967) 10. 뉴욕 시절(1967~1968) 11. 팔리지 않은 책들(1968~1972) 12. 위치우드 파크의 현자(1972~1979) 13. 정적(1979~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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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 맥루언은 탐험가이며 실험가이며 시인이다. 왜 이 시대에 다시 맥루언이 각광받고 있는가? 신문의 위기와 인터넷 매체의 급성장, 송수신 기능을 넘어서서 MP3와 동영상, 심지어는 작은 컴퓨터 역할을 하는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매체의 발달은 이미 그 속도를 측정할 수 없다. 심지어 인터넷과 휴대전화는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 이들과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금단현상이 일어날 정도다. 이런 모습들을 예견한듯, 맥루언은 이미 60년대에 『미디어의 이해-인간의 확장』에서 몸이 인식의 매개체라고 주장하며, ‘안다는 것’은 한 주체가 어떤 대상에게 자신의 몸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명성에 비해 맥루언은 국내외에서 연구서가 많지 않은 인물로 꼽힌다. 국내에는 『구텐베르크 은하계』와 『미디어의 이해』,『미디어는 맛사지다』 등의 번역서가 있을 뿐, 맥루언을 다룬 국내 저작물은 거의 없다. 아마도 맥루언이 학술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학자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의 매력인 박학다식함과 은유적인 어법이 학술적 연구에는 장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루언은 문학, 역사, 예술, 심리, 철학, 광고 등 수많은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읽고 썼기 때문에 주로 자신의 전공 분야에만 매진하는 요즘 학자들로서는 매우 따라잡기 힘든 사람이다. 산만하고 애매모호한 글쓰기 스타일 역시 요약하고 정리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맥루언은 생존했을 당시에나 그 이후에도 학계로부터 존경받거나 명성에 어울릴 만한 학파를 형성하지 못했다. 물론 최근 들어 ‘맥루언 르네상스’라 부를 만큼 그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와 그의 저작에 대해서는 수수께끼를 접했을 때와 같이 난해한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맥루언이 학계에서 존경받지 못했던 이유는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학문적으로 입증하기에는 지나치게 거창한 역사를 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류의 역사를 매체에 따라 구어시대―필사시대―인쇄시대―전자시대로 4등분해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학문적으로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이들은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가지고 인간의 인식과 지각작용뿐만 아니라 사회변동까지 모두 한꺼번에 설명하려는 시도를 문제의 발단으로 지목한다.
과연 맥루언의 주장은 옳은가? 맥루언은 이토록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고집했을까? 이 책에서 필자들은 그 동안 화두처럼 늘 고심했던 두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하나는 맥루언의 텍스트 자체가 지닌 타당성 여부이다. 다시 말해 “과연 맥루언은 옳은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맥루언의 텍스트를 명료화하는 작업을 했다. 한 예로 그가 ‘매체’, ‘메시지’, ‘감각’, ‘지구촌’ 등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을 다각도에서 검토했다. 그래서 이 책의 1, 2, 3장은 맥루언의 주요 논지를 해설하고 그의 얘기가 지닌 타당성을 가늠하고 있다. 우선 1장에서는 매체 또는 기술에 대한 맥루언의 조망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그것이 지닌 철학적 함의를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했다. 2장에서는 맥루언의 지각론, 특히 매체가 감각이나 지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가 주장한 이론을 개관하고 그것이 어떻게 핫/쿨로 대변되는 매체의 유형 구분으로 이어지는지 해명하고자 했다. 3장에서는 맥루언의 역사관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역사를 구어시대―필사시대―인쇄시대―전자시대로 구분한 맥루언의 사관이 갖는 특징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자 했다. 이들 세 장의 주제는 대략 맥루언의 기술관, 인식론 및 역사관을 포괄한다. 따라서 맥루언의 타당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다.
필자들이 고심했던 또 다른 문제는 맥루언식 글쓰기의 동기를 밝히는 것이었다. 맥루언은 ‘미디어의 총아’로 각광받았던 전성기에도 ‘사기꾼’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곤 했다. 그의 글쓰기 스타일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파격적이다. 왜 맥루언은 이토록 독특한 글쓰기를 고집했을까? 텍스트와 달리 스타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쓴이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적인 성장배경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후반부를 이루는 두 개의 장은 이 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1964년 『미디어의 이해』의 출간과 함께 맥루언은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미국 대학생들의 필독서 목록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고, 자신은 각종 강연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특유의 말재주를 뽐내고 다니기에 바쁠 정도로 이 책은 맥루언에게 명성을 안겨다주었다. 무명의 학자가 그처럼 빠른 시간에 유명인사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예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맥루언의 명성은 대중스타로서의 성공이었지 학문적 성공은 아니었다. 많은 학자들에게 그는 혼란스럽고 무책임하며 경박스러운 인물로 인식되었다. 그의 주장은 과학적·체계적 이론에 반하는 사례를 언급할 때나 등장하는 정도였다.
맥루언에 대한 비판과 폄하는 그를 미디어 이론가로만 치부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맥루언 작업의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속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었으므로 “매체와 그것이 우리의 정신적·사회적 가치와 제도에 미치는 혁명적 효과를 나름대로 이해”하고자 했다. 그리고 맥루언에 대한 비판과 적대감은 사회과학의 기준에서 볼 때 결함투성이인 맥루언 이론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이고 평가일 수 있다. 하지만 맥루언에 대한 논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역사연구로서 그의 작업이 갖는 의미이다. 맥루언은 커뮤니케이션 또는 매체를 역사적인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 동안 맥루언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맥루언 미디어 이론에 토양을 제공하는 역사철학에서 그의 이론을 분리함으로써 생기는 단순화”에 근거하고 있다는 지적은 역사가로서 맥루언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특정 문제를 역사적으로 본다는 것은 보편성보다는 특수성에, 추상성보다는 구체성에,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해서 문제를 파악함을 뜻한다. 이런 면에서 분명 맥루언은 당시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비역사적’ 경향을 탈피하고자 했다. 맥루언의 매체론은 커뮤니케이션을 정보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전달적 관점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의 주장은 보편적이고 수학적인 ‘선형적 설명’을 유일한 관심거리로 삼았던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새로운 방법론적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맥루언의 학문적 기여는 창조, 전달, 보존, 세 가지 영역의 관계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역사적으로 파악한 점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맥루언에게 커뮤니케이션은 매체의 정보전달 속도나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인간정신의 확장이면서 또 그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에 특유의 의미를 담고 있는 텍스트라고 맥루언은 생각했다. 마치 비평가가 문학텍스트를 두고 하는 것처럼 기술의 물질적 형식으로부터 그것의 해석적 의미를 파악할 때 비로소 매체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에 따르면 매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그에 상응하는 집단적 기억을 형성한다. 여기에는 인간의 인식이 역사적인 현상이라는 맥루언의 기본 입장이 깔려 있다. 인식이 인간 내부의 고유한 속성에 관련되는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구성되고 또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렇게 보면 맥루언의 관심은 인간의 집단적 기억이 생성되고 발전하며 변화하고 또 소멸하는 과정 즉 인간인식의 변천사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인식의 변천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미디어라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따라서 맥루언에 대한 평가는 매체변천과정과 이에 따른 인간인식의 변화를 추적하는 그의 역사적 작업이 인류역사의 이해 전반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