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로 얼굴도 모르는 세계 각국의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더불어 영어 능력까지 몰라보게 향상시킬 수 있는 책 ‘이메일로 사람잡기 그리고 영어잡기’의 저자 박봉현. 그는 이 책에서 외국인 친구와 영어를 동시에 잡는 세부적인 방법론과 생생한 사진 자료 등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이메일 친구와 떠난 멀고도 낯선 길’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현직 감정평가사인 저자 박봉현(51)이 뒤늦게 이메일 쓰기라는 방법으로 본격 영어 학습에 나선 바탕에는 그저 ‘낯선 곳에 사는, 사람들과, 사귀고 싶어서’라는 단순함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낯선 사람과 사귀는 걸 좋아한다는 것은 곧 변화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표현한다. ‘제 자신의 삶이 변화 그 자체였습니다. 1977년부터 1992년까지 국세청에서 근무하다 마흔이 넘어 시험을 봐서 감정평가사가 됐습니다. 감정평가사와 작가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낱말. 그러나 제 직업은 여유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을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글 쓰기에 쏟았습니다." 그는 이미 2000년 장편 소설 ‘카투사’(전 3권)를 냈고, 올해엔 장편 심리 소설 ‘위험한 퍼즐’을 출간한 바 있다. 문학을 좋아하는 그는 ‘아날로그’ 적인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고, 당연히 사람 사귀는 일을 좋아했다. 그러한 감성은 뜻밖에 디지털로 대변되는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이어졌다. ‘넷맹’ 수준을 겨우 벗어난 정도였던 그는 야후의 ‘Group/Clubs’로 들어가 문학, 예술, 여행과 관련된 동호회를 찾았다. 그리고 동호회 회원들의 간단한 신상 명세를 볼 수 있는 ‘members’ 란을 클릭해서 이메일 친구가 될 만한 상대를 찾았다. 그는 서툰 영어 솜씨이지만 자신이 보낸 메일에 답장해 주는 상대가 나타나면 조금도 망설임 없이 채팅?전화?만남을 시도해 우정을 쌓았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 그가 사귄 외국 친구들은 대학 교수, 전직 경찰관, 쇼 비즈니스맨, 예술가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이메일로 사람잡기 영어잡기'를 저술하는 과정에서 이메일을 선별해 주고 섹션별 분류?편집?교정까지 맡아 준 도널드 피에르와 이 책에 등장하는 캐나다 친구 폴 역시 이메일로 사귄 친구이다.
외국인 친구와 동행하면서 느낀 문화 소통 체험
“멀고도 낯선 유럽 여행지에서 예기치 않게 맞닥뜨렸던 크고 작은 돌발적 사건들, 그리고 그에 대한 각자의 전혀 다른 반응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사람(문화)과 사람(문화)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사람마다 달라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호기심 때문에 길을 떠나기도 하고, 단순히 즐기거나 쉬기 위해 길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 박봉현은 멋진 풍경이나 인상 깊었던 곳만을 이야기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활 관습과 문화가 전혀 다른 외국인 친구와 동고동락하면서 보고 느꼈던 사고 방식의 차이, 그리고 이질적이서 더 새로웠던 문화 체험을 담았다. 이 책 ‘이메일 친구와 떠난 멀고도 낯선 길’은 저자가 캐나다 친구 폴과 함께 오스트리아와 아드리아 해안, 크로아티아, 그리스, 미코노 섬, 체코의 프라하, 몰다우 강, 카를로 비바리, 융 프라우 등을 여행하면서 느낀 단상들을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그린 것이다. 여행 전문 작가들이 보여 주는 ‘전문 기행’이라기보다는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본 사람과 세상’이라는 측면에서 솔직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떠날 때는 ‘의미를 찾아 헤매는 여행’을 기획했고, 돌아오면서는 ‘지구촌 건너편에서 자아를 찾는 경험’이 됐다는 그의 말에서 ‘여행을 위한 여행’을 넘어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