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광고인생보다 더 드라마틱한 3년간의 미국 쿡 헬퍼 이야기 이 책은 20년 동안 해오던 광고업을 접고 요리사가 된 한 남자의 전업일기를 모은 것이다. 지은이는 20년간을 광고계에 몸담으며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고를 만들며 카피라이터와 A.E를 하던 사람이다. 그는 매일매일 철야와 야근을 하며 창의력을 짜내고 전략이라는 꽃다발을 들고 ‘승리’라는 연인을 기다려야 했다. 광고업이란, 자본주의사회에서 멋지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매력 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마흔이 되어갈 무렵 경쟁의 한가운데서 지쳐갔다. 꿈에서 조차 광고를 만들 정도로 광고 삼매에 빠져 봤지만 그 곳에는 뭔가가 항상 부족했다. 개인보다는 시스템이 우선되는 광고업. 지은이는 늘 경쟁해야 하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흔여덟이 되어서야 늦깎이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물론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착실히 한 것은 아니다. 전략과 전술을 생활화하며 지내야 했던 직업도 아무 소용이 없다. 무계획의 계획으로 낯선 외국으로 떠난다. 이 책은 지은이가 마흔여덟이 되어서야 아무 준비 없이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일식집에서 쿡 헬퍼 생활을 하며 써내려간 일기를 모은 에세이다. 하루하루 부딪히며 쓴 글들이 사실감을 더해준다. 또한 일상을 깊게 들여다보고, 삶의 해답을 찾아가는 사색의 글들이 일기라는 생생한 글과 어울려 진정성을 더한다.
맛의 선지식을 찾아 떠난 플로리다 卍行 지은이는 불제자이다. 자신을 우바새라고 부르는 지은이가 플로리다로 떠난 것을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찾아 나선 만행이라고 하기엔 무리일 수도 있다. 지은이 또한 단지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선 것뿐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겸손히 이야기한다. 하지만 자신이 20년간 몸담고 지내왔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자신이 지녀왔던 삶의 시스템을 온전히 부정하고, 새로운 길로 나선 것이다. 출가와 비견할 수 있는 그 길에서 지은이는 선지식들을 도처에서 발견한다. 불교 용어로 ‘처처불상’이다. 지은이는 20대의 젊은이들에게 구박을 받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의 동료들과 몸을 부대끼며 티격태격하고, 사장에게 일 못한다고 면전구박을 받아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르면서도 배우고 배운다. 물설고 땅선 플로리다에서,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찾아 나섰듯이 모든 사람, 만나는 모든 인연들에게서 배운다. 이 책에는 지은이가 요리사로 입문하는 하루하루의 기록이 담겨져 있다. 매일매일 하루에 하나씩 실수를 하는 초보 쿡 헬퍼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른다. 늦깎이로 새로운 길에 나서려니 건망증이라는 놈도 발목을 잡는다. 한 번에 할 일을 몇 번에 나누어 해야 한다. 또한 껍질 까는 것이 싫어서 평소에 땅콩, 밤, 호도 등을 즐겨먹지 않던 사람이 수백 마리의 새우 껍질을 벗겨야 한다. 손에 수도 없는 상처를 남겨야 하는 고된 길이다. 후회와 번민이 스며들고, 사무치도록 외로움에 떨지만 마음을 다잡는다. 사장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주르륵 눈물을 흘릴 정도로 막막하다. 그 어설프고 실수투성이의 하루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다독인다. 오랫동안 자신을 들여다보는 수행을 해온 불제자가 들려주는 쿡 헬퍼 수련기는 깊이 있는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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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라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