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타임머신》은 ‘시간’을 열쇠말로 지구의 탄생부터 오늘날까지 지구 역사상 격변의 순간을 가상의 타임머신, 즉 컴퓨터그래픽과 저속촬영기법을 이용해 살펴본 책입니다. BBC 자연사 다큐멘터리팀이 제작한 수준 높은 사진과 함께 인간의 짧은 생애 동안에는 경험할 수 없는 지질학적 변화와 생명의 탄생과 진화, 대량 멸종의 순간 등 지구 46억 년의 역동적인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며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 책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지구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해줌은 물론, 이제 우리 인간의 손에 쥐어진 지구의 남은 시간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입니다.
BBC 자연사 다큐멘터리가 재현한 지구 46억 년의 경이로운 시간여행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지구의 역동적인 역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영겁에 가까운 지구의 역사와 비교했을 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란 고작해야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지구의 역사를 하루로 압축한다면 인류는 자정이 되기 고작 1분 전에 지구상에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지구 역사의 끄트머리에 등장한 인류는 수백만 년에 걸친 지질학적 변화만큼이나 지구의 모습을 매우 빠른 속도로 바꾸어놓고 있다. 지구의 시계를 단 한 시간만 뒤로 돌린다면 어떨까? 아마 인류가 등장하기 이전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타임머신》은 ‘시간’이라는 열쇠말을 통해 지구와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역사를 살펴본 책이다. 인간의 짧은 생애 동안에는 경험할 수 없는 지질학적 변화와 생명의 탄생과 진화, 대량 멸종의 순간 등을 가상의 ‘타임머신’, 즉 컴퓨터그래픽과 저속촬영기법을 사용한 사진을 통해 재현하여,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46억 년 동안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화를 계속해온 지구의 역사가 마치 한눈에 펼쳐지는 듯한 경험을 맛보게 해주는 이 책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지구라는 행성의 진정한 역동성을 느끼게 해줌은 물론, 이제 우리 인간의 손에 쥐어진 지구의 남은 시간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시간’을 열쇠말로, 지구와 생명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구의 역사를 다룬 여타 자연사 서적과는 달리, 이 책은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된다. 서두에서 저자는 ‘시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왜곡된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실제로, 인간이 사용하는 시간 단위와 인간이 지각하는 시간이란 말 그대로 인간만의 것일 뿐이다. 인간의 평균수명보다 100만 배 정도 긴 시간이 걸려 형성된 히말라야 산맥은 지금도 조금씩 융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산맥조차 5,000만 년이 흐르면 모두 침식되어버릴 것이다(본문 50~53쪽 중). 이렇듯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 단위로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대자연 앞에 인간의 시간이란 무용지물일 뿐이다.
동물 역시 마찬가지다. 동물이 지각하는 시간은 인간의 그것과는 다르다. 파충류인 악어의 경우, 기온이 낮은 초겨울 아침에는 새들이 평소보다 빠르게 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태양열로 몸을 덥히고 나면 다시 평소의 속도로 느려진다(본문 82쪽 중). 신진대사를 멈추고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겐 시간이 멈춰진 것과 다름없다(본문 85쪽 중).
아름다운 자태로 활짝 핀 꽃이 다음날이면 시들어버리듯, 지구상의 생명은 그 삶이 몇 분이든 몇 천 년이든 자신만의 시간의 박자에 맞춰 명멸한다.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형성되는 데만도 500만 년이 걸린 그랜드캐니언(본문 54쪽 중)부터 태어난 지 10개월이 지나면 2주 동안 격렬하게 짝짓기를 하다가 스트레스로 죽어버리는 안테키누스 수컷(본문 96쪽 중)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모든 것은 자신만의 시간 단위와 생애 주기를 가지고 있다. 결국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우리는 아무것도 답할 수 없는 셈이다.
시간에 얽매인 인간의 문명에 대한 성찰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인간의 손에 지구의 남은 시간이 달려 있지 않은가. 기원전 3500년경에 제작되었다는 호롤로기움이라는 그림자시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은 인류 역사의 초기부터 정확하고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하고 관리하려 했다(본문 14~15쪽). 물론, 시간을 측정하고 도구를 발명해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처음에는 생존을 위한 과제였지만, 문명이 발전하면서부터는 시간 자체가 더 나은 세계를 약속하는 자산이 되었다. “태양계의 우주 주기에 맞춰진 사건들을 빠르게 하는 방법”(본문 163쪽) 즉,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양을 생산하고, 그만큼 더 빨리 소비하고, 더 빨리 이동하는 것은 문명의 목표 그 자체가 되었다.
시간과 속도에 대한 이러한 강박관념은 마침내 인터넷이나 위성항법장치(GPS)처럼 전세계가 동일한 초침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세계를 만들어냈으며, 그 과정에서 인간은 지구의 풍경을 되돌릴 수 없게 변화시켰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내륙호수였던 아랄 해의 경우 곡물 재배를 위해 과도하게 물을 끌어다 쓴 탓에 거대한 호수가 흔적만 남게 되었다(본문 152~153쪽). 세계에서 가장 큰 철광석 광산인 해머즐리 철광은 불과 30년 만에 이전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했다(본문 154~156쪽). 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날 만한 지질학적 변화가 인간의 손에 의해 순식간에 벌어지는 이 같은 일들을 무력하게 바라보며, 우리는 “자연의 힘은 아주 강력하다. 그러나 지구의 표면을 먹어치운다는 점에서는 인간이 더 파괴적이다.(본문 156쪽 중)”라고, “인간은 무엇을 하든지, 어디를 가든지 항상 흔적을 남긴다.(본문 161쪽)”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우주 중에 떠돌던 가스와 먼지로부터 시작된 지구의 역사를 ‘시간’, ‘자연’, ‘생명’, ‘인간’이라는 4개의 장을 통해 살펴보며, 지구에 되돌릴 수 없는 충격을 준 ‘시간 단축’이라는 문명의 명제에 물음표를 찍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지구의 파멸을 향해 가고 있는 이런 흐름을 어떻게 돌려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저자는 “시간만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라며 말을 아낄 뿐이다(본문 163쪽).
BBC 자연사 다큐멘터리가 재현한 수준 높은 사진
같은 내용의 BBC 자연사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한 이 책의 또다른 장점으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사진들을 들 수 있다. 특히 인간의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천천히 혹은 매우 빨리 일어나는 움직임을 재현한 사진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예를 들어, 홍해 남쪽으로 무려 5,600킬로미터에 이르는 동아프리카의 그레이트리프트 계곡이 대륙판의 이동으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보여주는 사진(본문 48~49쪽)이라든지, 0.02초라는 시간에 반향정위를 사용해 나방을 사냥하는 박쥐를 포착한 사진(본문 82~83쪽) 등이 그러하다.
이 밖에도, 알을 낳기 위해 유럽의 사르가소 해에서 북미 대륙까지 6,500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유럽뱀장어 유충의 푸르스름한 사진(본문 92쪽)은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며, 애리조나 사막에 폐기처분된 B-5폭격기들이 줄지어 서 있는 황량한 광경을 담은 한 컷의 사진(본문 148쪽)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인간의 행태에 큰 각성을 하게 한다.
지구 46억 년의 역사, 특히 그중에서도 지구 역사상 엄청난 격변이 일어났던 순간에 초점을 맞춰 그 역동적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자연을 대하는 우리 인간에게 다소나마 겸손과 신중함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