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급진주의자, 68운동의 영웅 마르쿠제는 1960년대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철학자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마르쿠제는 선진산업사회를 비판하고 ‘정치적 급진주의’를 옹호했으며, 그의 주장은 세계 각국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신좌파의 아버지’로 칭송되었다. 현대 철학자들 중에서 마르쿠제처럼 학계뿐만 아니라 대중 매체에서도 논쟁거리가 되었던 인물은 매우 드물다. 마르쿠제는 위계적인 체계를 고안하는 사람이 아니라 록 음악처럼 환상과 실천적 행동을 자극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실제적인 조직가가 아니라 행동을 고무하는 선언문을 작성하는 이론가였다. 그는 학생 운동이야말로 ‘자유를 향한 항해’라고 말했다. 마르쿠제는 비판 이론을 체계화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중심적 이론가이자, 신좌파의 대표적 사상가로서 68학생운동의 이론적 지도자였다. 기존의 억압적인 낡은 체제를 거부하면서 자유와 해방을 갈망하던 수많은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마르쿠제는 정신적 지주이자 영웅이었다. 마르쿠제는 CIA의 첩자였다?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으로 망명한 마르쿠제와 관련된 루머 하나를 소개해보자. 마르쿠제는 1941년 [이성과 혁명]을 저술한 후에 미국 정부기관인 OSS(전략사무국)에서 근무했다. OSS는 제2차세계대전 때 미국의 정보기관 역할을 하였으며, 1947년에 CIA(중앙정보국)로 바뀌었다. 거기서 마르쿠제는 정치분석가로 활동하면서 주로 유럽과 관련된 정치와 정보를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그는 1952년 국무성을 공식적으로 사퇴할 때까지 거의 10여 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미국의 정부기관에 깊숙이 개입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마르쿠제의 이러한 전력은 나중에 논란거리가 되었다. 좌파 진영에서는 마르쿠제가 미국의 정보기관에서 활동하면서 사회주의 세력을 탄압하는 데 동조하는 등 보수주의로 회귀하였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CIA의 첩자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그리고 1953년에 마르쿠제가 하버드 대학의 러시아연구소 연구원이 되고, 1954년에는 브랜다이스 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미국 정보기관에 협조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마르쿠제의 사상적 행로 마르쿠제가 지나온 사상적 행로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마르쿠제는 제2인터내셔널의 과학적 마르크스주의, 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실존주의, 헤겔 철학, 휴머니즘적 마르크스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 프로이트 이론 등 다양한 사상과 이론을 수용하거나 비판하면서 자신의 사상을 형성시켜 갔다. 그렇지만 그의 사상의 중심에는 마르크스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마르쿠제는 제1차세계대전과 1918년 독일 혁명을 겪으면서 마르크스주의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때 형성된 정치적 급진주의는 일생 동안 그의 정치적, 사상적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특히 마르쿠제가 1932년에 하이데거 철학에서 마르크스주의로 전환하면서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을 바탕으로 정립한 ‘헤겔주의적, 휴머니즘적 마르크스주의’는 그의 사상 전반을 지배하는 확고한 토대가 되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