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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서정의 파국과 전위의 윤리 _ 박대현
198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겨울 수화]가 당선돼 등단한 최승권 시인의 첫 시집이다. 당시 빼어난 서정성으로 주목받았던 최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물론 이 시집에도 시인의 개성적인 서정은 곳곳에서 빛을 발하지만 그보다는 자본주의의 비대한 욕망이 빚어낸 파국의 정황들이 더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끈 떨어진 계보처럼, 가짜족보처럼, 수결 없는 어음처럼, 부도수표처럼" (/ '인간쇼바 탄생 신화' 중에서)
세월호,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지구온난화 등 자본주의 문명이 낳은 여러 파국과,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비롯된 비상식적인 현실에 대한 대응력을 위해 최 시인은 기존의 익숙한 서정보다는 낯선 실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시집의 해설을 쓴 박대현(문학평론가)은 "서정이 더 이상 불가능한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서 해체적 언어를 도입한" 것으로 진단한다. 그러면서 최 시인이 독특하게도 "서정과 해체를 왕복하는 진자운동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해체’를 통해서 극지의 싸움을 전개하지만 종국에는 파국의 세계를 돌고 돌아 ‘서정’의 세계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시집에는 문명에 대한 예리한 메스와 서정에 대한 절실한 구원이 함께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눈표범의 목소리로 노래한 ?별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대낮에도 설산들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계곡의 만년설이 녹아서 분노처럼 쏟아지고 있나 보다. 나의 울음도 저 소리를 닮아가고 있다." "이게 마지막 기록이겠지, 나의 아이야."
인간의 문명으로 둥지를 잃어가는 눈표범의 목소리는 비장하고, 이 시를 다 읽고 났을 때,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눈표범의 것이 아닌 인간의 것이 된다. 최승권의 시는 서정과 전위를 넘나들지만, 그 전위는 다름 아닌 삶의 근원을 회복하기 위한 시적 투쟁이자 윤리인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