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 혹은 門 속의 공포 만남 혹은 관계에 관한 물음들 순환하는 폭력의 고리들 문명에 관한 증오와 망상 말, 눈물, 껴안기, 추억하기 구원의 이미지로서의 물 길, 유목과 탈주의 공간 반짝이는 동전의 한면 제레미 아이언스, 카프카 혹은 파스빈더 빛과 색채의 언어 갇힌 자들의 꿈 투명한 감옥 속의 인간 유혈이 낭자한 농담 어둠 속의 푸른 천국 우스꽝스러운, 미친, 그러나 절실한 기계문명과 섹슈얼리티의 충돌 인식의 벽, 벽 속의 사람들 현실과 허구, 허물어지는 경계들 깊고 무겁고 느린 불꽃들 시인의 영혼에서 일어나는 개기일식 햇빛 속으로의 도주 일상을 통찰하는 리얼리티의 힘 사막에서의 독백 일상의 낯설음, 관계의 황량함 농담을 가장한 충고 혹은 조롱 다락방의 영화들 거칠고 추악한 날것의 삶 詩人의 영혼에 감염되다
향기마저 풍기는 말랑말랑한 텍스트 영화와 詩의 만남 시와 영화가 만나 시인의 영혼에 감염되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거짓들, 진실들 속에 허구의 돋보기를 들이댐으로써 반성과 성찰을 이끌어내는 영화의 힘.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영화를 보러간다. 그 돋보기는 또한 우리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김형술 시인이 영화관 순례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영화가 세상을 되비추는 대단히 성능이 좋은 거울임을 알기 때문이다. 허구의 돋보기를 가지고 일상의 이미지들을 성찰해가는 것은 시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영화가 일상의 이미지를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면 시는 글로써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저마다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영화는 마치 거울의 안쪽과 바깥처럼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지우고, 다시 그 경계를 허물어 거울 속이 곧 현실이고 거울 바깥이 바로 환상임을 깨닫게 하는 반전을 보여준다. 이처럼 김형술 시인은 영화가 시와 같고 시가 영화 같은, 시와 영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길을 우리에게 감칠맛 나는 언어로 안내한다. ‘영화, 시를 만나다’라는 부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형술 시인의 산문집 『詩네마 천국』은 영화와 시가 만나 영화는 시에, 시는 영화에 서로 감염된 발칙한 흔적에서 허우적거리게 한다.
불길하고 기분 나쁜 상황과 이미지로 가득 찬 악몽 같은 영화 ― <이레이져 헤드>와 김형술의 시「이발소」― “반짝이는 가위가 머리 속을 헤집는다” 순환하는 폭력의 고리들 ― <해안선>과 서안나의 시「러시안 룰렛을 하는 밤」― “난 날마다 내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죠” 나는 중독된다 고로 존재한다 ― <파이트 클럽>과 김혜순의 시「연옥」― “나는 죽음과 태어남의 중간지점 어딘가에 누워” 동전의 양면에 숨어 있을 빛과 그늘 ―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배용제의 시「한 방울의 고통」― “실습용 애인이 떠나자/갑자기 약지 손가락이 생인손을 앓는다” 소박한 판타지들은 구차한 삶의 외피들과 맞물려 기묘한 시적 흥취를 일으킨다 ― <오아시스>와 김충규의 시「낙타 2」― “목마름을 참은 만큼 낙탁의 혹은 더 불룩하게 솟는다” 인간의 “훔쳐보기”에 관한 본능, 즉 관음증은 일상화의 단계를 넘어 중독으로 발전해가는 ― <트루먼 쇼>와 노혜경의 시「멀티미디어 베이비」― “나, 멀티미디어 베이비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상천재” 스크린이라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만의 시간,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삶이라는 이름의 한 편의 영화 ― <시네마 천국>과 송유미의 시「옛날 영화를 보러가다」― “인생이 영화일까마는 영화가 인생일까마는 그 짜여진 시나리오에 내가 운다네”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전혀 다른 두 개의 벽 속에 갇혀 있는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강현국의 시「천사1」― “푸르고 아득한 바다를 향해 누군가 꿈틀, 구겨진다” 영화라는 거울에 비춰진 자신을 똑바로 대면하는 고통, 외면하고 싶은 삶의 어두운 단면들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되는 김기덕 감독의 ― <섬>과 강영환의 시「칼잠」― “옆으로 누워 드는 잠은 무너지기 쉽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