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의 동생, 롤라가 드디어 학교에 갈 때가 되었다. 근데 롤라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롤라는 학교에 가기엔 너무 어린데다가 집에서 할 일이 무지무지 많으니까. 학교에 가서 백까지 세는 법을 배울 필요도 없단다. “손가락도 열 개, 발가락도 열 개고 과자도 열 개보다 많이는 안 먹으니까.” 오빠 찰리가 되묻는다. “먹보 코끼리 열한 마리가 저마다 먹이를 달라면 어쩌지?” 롤라의 답이 막힌다. 찰리는 학교에서 글자도 가르쳐 준다고 한다. 글자를 배우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롤라는 전화로 얘기하면 더 빠르고 쉽다고 우긴다. 찰리는 전화가 없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건 바로 산타 할아버지다! 산타 할아버지한테는 꼭 쪽지를 적어서 굴뚝에 붙여 놔야 하니까. “그건 몰랐는걸, 오빠.” 롤라에게 찰리는 한 가지 더 알려 준다. “글을 배우면 비밀 쪽지-냉장고에 딸기 우유 있다 같은-도 읽을 수도 있어.” 조금 뒤 롤라는, 학교 옷은 입기 싫다고 한다. 찰리가 얼른 말한다. “롤라야, 걱정 마. 우리 학교는 교복 안 입어. 자기 맘대로 입거든.” 딴 애들하고 똑같은 옷을 안 입고 다녀도 된다니 롤라는 마음이 놓인다. 롤라가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는 그래도 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소찰퐁이’라는 친구 덕분에 하나도 심심하지 않다나. ‘소찰퐁이’는 롤라의 보이지 않는 친구이다. 하지만 재치 있는 오빠 찰리가 롤라를 그대로 둘 리가 없다. “소찰퐁이도 학교에 갈 텐데. 그 애 옆자리에 딴 애가 앉으면 어쩌냐?” “맞아. 소찰퐁이 혼자 학교에 가면 좀 무서울 거야. 그러니 나도 학교에 가야겠다.” 하지만 학교 가는 내내 롤라는 비치럭거린다. 찰리도 롤라가 무척 걱정됐다. 찰리는 학교에서 롤라를 찾아보았지만,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찾아낸 롤라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떤 애랑 신나게 집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거 봐, 롤라야. 학교 가면 재밌을 거라고 했잖아.” 집에 와서 찰리가 말하자, 얄밉게 던지는 롤라의 한 마디. “누가 뭐래. 걱정한 건 내가 아니라, 소찰퐁이였다고. 난 쭉 괜찮았다니까.” 글쎄, 롤라는 정말 쭉- 괜찮았을까?
‘학교’라는 낯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말끔히 없애주는 책 어린이들에게 ‘학교’는 낯선 곳이다. 공부도 해야 하고, 친구들도 낯설다. 이제 처음 학교에 갈 어린이들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작가는 어린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잘도 집어낸다. 글자는 왜 배워야 하지?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달라는 쪽지를 써야 하니까.) 수학 공부는 왜 해야 하지? (먹보 코끼리들한테 과자를 세어 줄 수 있으니까.) 학교에서 (나만) 숫자도 못 세고, 글도 못 쓰고 못 읽으면 어떡하지? 아무도 말을 안 걸어서 혼자 심심하면 어떡해? (그럴 일 없어. 학교에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는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를, 어른들에게는 어린이들이 처음 학교 갈 때 느끼는 두려움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일러 줄 것이다.
어린이의 고민을 어린이의 입장에서 풀어주는 책 학교 가기 싫은 롤라의 친절한 상담역은 오빠 찰리다. 찰리는 롤라의 학교 가기 싫은 이유를 끝까지 들어 주고, 꼭 맞는 대답을 해줄 수 있다. 찰리도 바로 얼마 전에 ‘학교 가기 싫은 적’이 있었으므로. 고민이 있을 때 어린이들은 자기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주고, 자기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기 바랄 것이다. 어른들이 그런 것처럼!
경쾌한 대화와 대화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는 그림 이 책을 읽다보면 일고여덟 살이 된 롤라와 초등학생 찰리가 주고받는 대화를 옆에서 듣는 것 같다. 어린이들의 입말을 생생하게 살렸고, 글이 그림과 어우러지게끔 재치 있게 배치되어 롤라와 찰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말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책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소리 내어 읽으면서, 한껏 이 책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언니 오빠와 함께, 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함께 역할 놀이를 할 때 훌륭한 연극대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 곳곳에 숨은 재미 롤라의 ‘보이지 않는 친구 소찰퐁이’를 찾아볼까? 소찰퐁이는 책을 보는 각도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한다. 부분 코팅으로 ‘롤라의 보이지 않는 친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책 속에서 소찰퐁이를 찾아냈다면, 아이들도 이제 저마다 자기만의 ‘보이지 않는 친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학교 가기’처럼 두려운 일도, 소찰퐁이처럼 ‘보이지 않는 나만의 친구’와 함께 하면 덜 두렵지 않을까? 숨은 재미가 또 하나 있다. 롤라네 냉장고를 보자. 글자 모양 자석이 붙어 있다. 우리글의 ‘ㅈ’과 ‘ㅁ’, ‘ㄴ’을 찾아보자. 문자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영문 알파벳뿐만 아니라, 프랑스 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 어, 몽골어 등 모두 일곱 가지 글자 자석을 붙여 놓았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