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촌스러운 흰 운동화는 벗어던지라구! 낸시는 레이스 달린 양말을 신어야 공을 더 잘 차고, 예쁜 장식이 달린 이쑤시개로 먹어야 샌드위치가 훨씬 더 맛있고, 이름도 깃 장식이 달린 펜으로 써야 잘 써진다고 생각하는 꼬마 멋쟁이예요. 하지만 낸시의 엄마와 아빠, 동생은 하나같이 멋쟁이하고는 거리가 멀어요. 글쎄 민무늬 티셔츠랑 편한 바지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가루도 안 뿌려 먹는다니까요. 그래서 낸시는 가족한테 멋쟁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해요. 멋쟁이 말을 알려 주고, 액세서리를 이용해서 엄마 아빠와 동생을 멋지게 꾸며 주지요. 금세 멋쟁이가 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가족과 함께 낸시는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그런데 한껏 폼을 잡고 파르페를 나르다가 발목을 감은 리본에 발이 걸려 그만 꽈당! 엄마 아빠는 파르페 범벅이 된 낸시를 따뜻이 감싸 안고 말합니다. “사랑한다.” 낸시도 말합니다. “사랑해요.” 딱 그 말만. ‘사랑해요’를 더 멋지게 말할 방법은 없으니까요.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멋진 건 없어 이 책은 2005년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즈 그림책 분야 1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전 세계 여자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여자 어린이들 마음속에 숨어 있는, 공주가 되고 싶은 감성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지요. 낸시는 멋쟁이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 멋쟁이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온갖 종류의 신발, 색색의 왕관, 어린이용 액세서리 등을 갖춘, 슈퍼모델이 부러워할 만한 멋쟁이 낸시. 하지만 낸시는 겉보기에 예쁘고 화려한 것보다 더 멋진 건, 바로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멋’은 겉모습뿐 아니라, 사랑, 됨됨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더 깊이 숨어 있다는 걸, 낸시는 느끼게 됩니다. 어릴 적 한 번쯤 낸시가 되어 보았던 제인 오코너의 멋지고 사랑스런 단어와 문장이, 이 책을 만들면서 마음속의 낸시를 발견했다는 로빈 프레이스 글래서의 화려한 그림과 만나 빛을 발합니다.
진정한 멋을 알아 가는 아이들을 위해 “난 분홍색 옷 아니면 안 입을 거야!” 부모가 입혀 주는 옷만 입던 아이가 자기만의 색을 내기 시작하면, 부모는 아이가 자기 의견을 내는 데 마냥 신기해하는 것과 동시에, 벌써부터 겉멋이 든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멋을 낸다는 건 아이가 성장했다는 증거입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에 눈뜨고 나서, 자기만의 ‘멋’을 추구해 가지요. 이는 곧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개성’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멋쟁이 딸이 자신의 눈높이로 방을 꾸미고 멋 내는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엄마 아빠가 있습니다. 낸시의 부모님은 어른 눈에는 조금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 딸의 행동을 이해합니다. 부모님의 보이지 않는 격려와 사랑에, 낸시는 엄마 아빠의 ‘사랑한다’ 말을 듣고 스스로 깨닫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멋진 건 없다는 걸. 또한 멋을 추구한다는 건 삶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겁니다. 낸시는 열정적입니다. 멋을 내는 데는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치죠. 이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힘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눈에 보이는 ‘멋’을 시작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멋’을 깨달아 가도록 도와줍니다. 더 나아가,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일상에서 멋을 알아 가는 즐거움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