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가 더 이상 충격을 주지 않는 시대, 神性은 폐기되고 영혼이 가벼이 다뤄지는 시대, 신앙에 관한 아름다운 소설 한 편이 영적인 삶과 정신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소음으로 가득한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가르멜 수도원. 거기에는 아직도 신을 섬기며 중세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 영혼의 어두운 밤 한가운데서 신비주의와 현대의학이 한 수녀를 통해 매력적으로 만난다. '아름다운 선택'은 가르멜의 한 수녀의 시련이 간결하고 시적인 문체에 담겨져, 영혼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가슴을 잔잔하게 울리는 소설이다. 주인공 십자가의 성 요한 수녀는 격심한 통증 속에서 신의 비전을 체험한다. 격렬한 체험 뒤에 써낸 시들은 수녀를 유명 시인으로 만들었고, 그녀는 특별한 신의 은총을 입은 듯했다. 그러나 이 영적인 선물은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는 '간질'로 판명된다. 그것은 성녀 테레사의 영적인 체험을 확장시켜주고 도스토예프스키 등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기도 했던 발작과 같은 것이다. 이 발작이 일으키는 변화에는 엄청난 양의 글을 써내는 하이퍼그래피아, 정서적인 반응의 강화와 협착화, 종교와 철학에 대한 강박적인 관심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신의 은총인가, 질병인가. 수녀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간질을 제거한 무미건조한 일상 혹은 초월적인 신앙을 지속하기 위한 육신의 방치.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거기에 이르는 내면의 갈등과 기도, 신앙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육체와 정신의 불균형이 결코 수녀만의 것이 아니라 속세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것임을 알게 된다. 과학과 영혼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는 한 여인의 내면의 초상은 우리 시대의 불안과 상실감에 다름아닌 것이다. 또한 우리는 수녀가 현대의학이 제공하는 CT 촬영과 진찰을 받아들이는 것을 통하여, 신앙이 보다 실체적이고 의미있는 현실에 접근할 수 있음을 암시받는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