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에서는 옛날같이 지식이나 정보가 몇 사람에게 독점되는 것이 아니고 모두에게 공유되고 있어서 문학의 세계에도 큰 줄기가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사실을 너무 많이 알고 있거나 알고 있는 걸로 착각하고 있다. 또한 너무나 엽기적인 사실 혹은 현실이 눈앞에 영상으로 시시각각 전개되어서 이제는 픽션, 즉 허구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외면을 한다. 그리하여 소설이니 픽션이니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문학장르의 신세가 급전직하해 버렸다. 이제 그렇지 않아도 영상매체가 기승을 부리는 판에 마침내 사람들의 의식까지 냉엄하게 돌아섰으니 허구를 리얼리즘, 즉 진실이니 사실주의니 하고 팔아먹던 소설가가 이제는 주린 배를 움켜쥐다 못하여 마침내 시가 마를 판이 되었다. 소설문학의 종언을 고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여기에 탈출구로 등장한 것이 사실 즉 fact와 허구 즉 fiction을 결합시킨 팩션이라는 장르였다. 사실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허구로 덧칠하여 가공한 정도는 되어야 최소한의 눈길이라도 줄 것이 아닌가...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