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로 풀어낸,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 미국 여성 소설 중 오랜만에 사회상을 다룬 작품이 나왔다. 미국 베스트셀러의 보증수표라 할 수 있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방영되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크리스티나 슈바르츠의 소설 <루스의 기억>은, 세계 격동기인 20세기 초의 역사적 사건과 급격한 사회 변화를 한 가족사 안에 녹여내었다. <루스의 기억>은 전통 사회의 의무에 의해 한 여자의 삶이 파괴되는 과정을 객관적 묘사와 치밀한 심리 묘사로 보여준다. 활기차고 예쁘며 결혼한 여동생과 그늘이 있는 노처녀 언니, 20세기 초반 위스콘신 시골의 외로운 호숫가 마을, 비밀에 싸인 아기, 여동생의 익사로 끝난 추운 겨울밤. 이 소설에서는 복잡하고 놀라운 성격의 인물들이 많은 의혹을 품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 아만다의 폐쇄된 삶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은밀한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작가의 은밀하고 매혹적인 주문에 완전히 걸려들게 된다. 이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고, 일인칭 시점과 삼인칭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을 넘나든다. 여기에는 자매간의 경쟁심, 가족에 대한 충성심, 비밀스런 가족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소설은 미라막스 사에서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다. 비밀에 싸인 가족사 <루스의 기억>은 1차 대전 다음에 온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1919년에서 시작한다. 그 해에는 작은 위스콘신 마을에 전화가 들어왔고, 모터보트와 댄스홀이 등장했는데도, 마을주민들은 여전히 경직되고 금기에 머물러 있다. 루터교도의 농부의 딸인 아만다는 젊은 시절에 가톨릭교도인 이웃 청년을 사랑했지만 종교적 금기 때문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 몇 년 후, 밀워키에서 간호사가 된 그녀는 한 남자에게 농락당했다. 그로 인한 수치심과 임신으로 그녀는 신경쇠약증 환자가 되어 여동생이 살고 있는 어릴 적의 농장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녀가 돌아간 지 1년도 안 되어 그녀의 소중한 동생 마틸다가 불의의 사고로 익사한다. 전쟁이 끝난 후 마틸다의 남편 칼이 전장에서 돌아오고, 그의 어린 딸 루스가 처형 아만다의 집요한 손아귀에 있음을 발견한다. 또한 아만다는 동생의 죽음에 대해 전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루스의 이모 아만다는 어릴 적 부모에 의해 심어진 의무감 때문에 자신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자기한테서 옮은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해서 결국 침대에서 허파에 물이 차 익사하고 만 부모에 대한 죄책감, 자신의 눈앞에서 얼음에 빠져버린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이 죄책감은 결국 조카 아만다를 자기 안에 가두고 지켜내야만 한다는 집착으로 이어지며, 자신만이 아는 가족사를 모두에게 숨기려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를 것만 같았던 루스가 불쑥 내뱉는 이상한 한 마디 한 마디와, 이에 당황하는 아만다, 이 가족의 비밀을 캐내려는 칼. 모든 이야기는 언제나 마틸다가 죽은 운명의 그 날 밤으로 돌아온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