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리장성 넘어 동방에 2. 늙은 태왕 젊은 태자 3. 굴레를 벗고 4. 고향 까마귀 5. 흔들리는 군주의 대망 6. 고구려 사내들아! 7. 나신 8. 옛 정 새 인연 9. 요동 땅의 북소리 10. 쫓겨가는 부황 11. 짧은 귀향 12. 낙조
<중국 자치통감> 사료집에 보면 당나라 황제 이세민은 그가 총애하는 장락을 결혼시키기 위해 관련부서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명을 내린다. 그러한 장락공주를 고구려의 왕에게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혈육의 정보다는 권력의 힘이 더 중요했던 당나라 황제는 고구려로 떠나는 딸에게 아버지와 딸이 아닌 황제의 자격으로 장락공주에게 신하의 도리를 다 하도록 명을 내린다.
이 소설의 배경은 거대한 대 제국 고구려의 멸망을 눈 앞에 둔 시점이다. 한 나라의 멸망 원인은 내우 외환의 복합이기 마련이다. 그래도 주된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 역사의 서술과 교육은 달라진다. 고구려의 멸망에 관한 서술은 현행 고등학교용 국사 교과서의 해당 부분에 보면 지배층의 내분에 의한 멸망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 내분은 일반적으로 연개소문의 독재정치와 그가 죽은 후 아들들간에 일어난 갈등의 연유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내분의 배경으로 다시 연개소문의 독재에 유의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독재의 부정적 의미를 깨닫게 하는 역사의 교훈적 기능도 없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소설이 주는 의미는 크다. 연개소문의 반란이 과연 국가의 장래를 위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순전히 개인의 탐욕은 아니었던가? 하는 논란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침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우리의 선조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국가를 위해 제대로 살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더구나 현 시점에서 우리의 정치풍토나 우리의 시국관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해서, 우리의 국가관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현 정국이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져 분쟁을 일으킨 것처럼, 그 시대 역시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 구조가 심화되어 마침내 한 국가가 멸망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 소설이 주는 교훈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그 시대의 놀이문화나 의상, 음식, 예법 등 생활상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 한층 높여 주고 있다. 끝으로 이 소설의 주요 목적은 동아시아 공동의 문화를 창출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회복시켜야 한다는 데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사와 함께 동아시아의 문제를 아우르는 입장에서 쓰여졌다고도 볼 수 있다. 아울러 역사와 소설은 인간과 사회를 이루어 가는 공동의 인자로서, 수레의 두 바퀴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은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꼭 필요한 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고구려 사료이기 때문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