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게네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성장 소설인 <첫사랑>은 순수한 열여섯 살 소년이 겪는 강렬한 첫사랑의 아픔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청춘의 허망함, 죽음에 대한 외경을 느끼게 하여 보편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그의 유년시절 추억에서 모티브를 얻어 쓰여진 <첫사랑>은 발표 당시 많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는데, 투르게네프 자신도 가장 사랑하고 아꼈던 작품이다. 그는 “나는 한 작품만은 만족스럽게 되풀이해서 읽곤 한다. 그것은 <첫사랑>이다. <첫사랑>에는 그 어떤 가식도 없으며 오직 사실만 그려져 있어서, 다시 읽을 때마다 여러 인물들이 마치 살아 있는 인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열여섯 살 소년인 주인공 블라디미르는 어느 여름 날 밤, 이웃에 새로 이사 온 가난한 공작부인의 딸인 스물한 살의 지나이다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이미 여러 남자들의 추종을 받고 있지만 지나이다에 대한 블라디미르의 사랑은 순수하고 맹목적일 만큼 절대적이다. 지나이다는 자신을 쫓아다니는 남자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며 복종하게 하는 개성이 강한 여자이다. 그러나 그녀는 블라디미르를 포함한 그 어떤 남자에게도 관심이 없다. 블라디미르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녀의 사랑을 구하려 애쓰지만, 지나이다는 그를 귀여운 어린애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블라디미르는 복잡하고 미묘한 첫사랑의 감정에 휩쓸려 그녀 곁을 맴돌면서 감미롭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지나이다의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블라디미르는 지나이다의 변화에서 그녀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확신한다. 그는 그녀를 감시하다 마침내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바로 그 누구도 아닌 블라디미르 자신의 아버지, 표트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죽이고 싶을 만큼 질투하는 적이 다름 아닌 자신이 존경하고 부러워하는 아버지라는 사실을 목격하게 된 블라디미르의 감정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무뎌진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모두 포기하는 지나이다의 모습에서 사랑의 신비와 공포를 느끼고 비로소 첫사랑의 열병에서 헤어난다. 대학을 졸업한 블라디미르는 우연히 아버지와 지나이다의 관계가 끝나지 않았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사랑한 그의 아버지는 마흔두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기고 죽고 만다. “내 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과 그 독을 두려워해라.”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는 지나이다가 있는 곳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가 지나이다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이미 아이를 낳다가 죽고 없었다. 이렇게 블라디미르의 사랑은 결국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투르게네프는 <첫사랑>을 통해 불가항력적이고 맹목적인 힘으로 인간을 지배하고 상처를 남기는 사랑의 힘을 묘사한다. ‘사랑의 행복과 독을 두려워하라’는 표트르의 말은 투르게네프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사랑의 본질일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첫사랑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 블라디미르는 아마 첫사랑을 경험하고 어른이 된 우리 모두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