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한 고아
2. 처음 본 흑인 학교
3.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
4. 두드리면 열린다
5. 떠돌이 생활
6. 농사에 대해 배우다
7. 대학교 문턱에서의 좌절
8. 미래로 가는 문을 열어라
9. 대학생이 되다
10. 아이오와의 명물
11. 터스키기 농과 교수
12. 남부를 변화시켜라
13. 목화밭에서 땅콩밭으로
14. 하나님이 주시는 영감으로
15. 차별 없는 세상을 물려 주 자
16. 위대한 미국인, 위대한 발명가
참고문헌1
참고문헌2
조지 W. 카버(George Washington Carver) 1864(?) ─ 1943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흑인 노예의 아들로 태어나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사람,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된 조지 워싱턴 카버.
그는 어릴 때부터 식물, 나무, 꽃에 관심이 많고 탁월한 재능을 보여 ‘식물 박사’라고 불렸다. 흑인이라는 편견과 차별 속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해서 아이오와 농과대학 최초의 흑인 학생이 되었고, 식물학, 원예학, 세균학 등 농학 분야에서 천부적인 실력을 발휘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난과 무지로 고생하는 남부 흑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목화를 대체할 작물을 연구하다 땅콩, 고구마, 콩 등 남부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물들을 이용해서 수백 가지의 제품을 개발해 남북전쟁 후 미국의 경제를 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땅콩 버터, 잉크, 플라스틱, 밀가루, 페인트, 물감 등 현대인의 생활에 필수적인 수많은 제품들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모든 제품에 대한 정보를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에게는 대가를 받지 않고 나누어 주었으며, 그의 겸손과 검소한 성품은 흑인들은 물론이고 백인들로부터도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1977년 ‘위대한 미국인’ 명예의 전당에, 1990년에는 ‘위대한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영예를 얻었다.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
“왜 흑인들은 배우면 안 되나요?”
태어나자 마자 아버지는 사고로 죽고 어머니와 누나는 남북전쟁 직후 노예 약탈자들에 의해 납치되어 그후 생사를 알지 못했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주인 모세 카버 부부의 보살핌으로 형과 함께 농장에서 자랐다. 농장 주인의 성을 따라 이름을 조지 카버라고 지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여자들이 하는 집안일을 거들었는데 뜨게질, 요리, 정원 가꾸기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 그의 손에만 들어가면 죽어가던 나무와 꽃도 살아나고 못쓰게 된 것들도 새 것이 되어서 ‘만물 박사’, ‘식물박사’라고 불렸다.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아 그의 머리 속에는 ‘왜?’라는 물음이 떠나지 않았다. 궁금한 것들을 가르쳐 주는 책을 읽고 싶어서 학교에 다니고 싶었지만 남북전쟁 후 흑인들이 해방은 되었지만 배움의 기회는 허용되지 않았다.
“꽃들도 색깔이 다 다르지만 어느 꽃이 낫다고 말하지 않고, 태양은 흰 꽃 검은 꽃 구별하지 않고 골고루 햇볕을 받게 해 주는데 사람은 왜 학교에 가면 안 되는 사람이 있는가?”
배움에 대한 갈증을 포기할 수 없어 흑인을 받아 주는 학교로 가기 위해 태어나서 한번도 떠난 적이 없었던 농장을 떠났다. 11살이었다. 이때부터 미국 중서부 지방 이곳 저곳을 떠돌면서 닥치는 대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7살에 미국의 명문 농과대학인 아이오와 농과대학 최초의 흑인 학생이 되었다.
농학자로서 최고의 명성을 얻다
“모든 식물은 각자 용도가 있다. 인간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각 식물의 다양한 용도를 발견하고 개발해야 한다.”
아이오와 농과대학에서 조지 카버는 공부와 일을 병행하면서도 145학점 모두 A를 받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식물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철학이 담긴 그의 논문은 미국의 농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고, 특히 최초로 화초 이종교배라는 놀라운 기술을 선보여 농학자로서 높은 명성을 얻었다.
아이오와 농과대학으로부터 교수직을 제의받았으나 사양하고 흑인들을 무지와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취지로 세워진 흑인 전용 대학인 앨라배마 주의 터스키기 학원을 선택했다. 명예와 성공이 보장된 아이오와 교수직을 버리고 왜 아무것도 없는 터스키기로 가려고 하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조지 카버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처음부터 성공이나 돈, 명예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저는 저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그 곳에서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남부의 가난한 농부들에게 희망을
“무지와 가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힘이 없는 저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남북전쟁이 끝난 후 흑인들은 법적으로는 자유인이었지만 실상은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백인들이 소작농이라는 이름으로 흑인들을 비공식적으로 노예화했기 때문이다. 100년 이상 목화 농사만 지어온 남부 지역의 땅은 이제 더 이상 목화 농사로는 먹고 살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져 있었지만 무지한 흑인들은 목화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줄 몰랐다.
무지와 가난의 쇠사슬에 묶여 신음하고 있는 동족이 처한 현실을 눈으로 보며 조지 카버는 목화를 대체할 작물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비싸고 좋은 기구들이 있어야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
조지 카버는 학생들과 함께 쓰레기장으로 가서 페품을 모아 실험에 필요한 도구들을 직접 만들었고 그의 손에 들어가면 아무리 쓸모 없는 물건이라도 새로운 용도를 가지고 태어났다.
조지 카버의 몸에 밴 절약정신과 부지런함은 학생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고,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용어들을 쓰지 않고, 이론보다는 실기 위주의 수업으로 실제적인 지식을 강조하는 조지 카버의 농과반은 13명의 학생으로 시작했지만 곧 터스키기 학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가 되었다.
이동 학교
조지 카버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직접 농부들을 찾아가 가르쳐 주었다. 낡아빠진 수레에 농기구, 토양 표본, 농작물을 심은 상자, 씨앗, 농부들에게 나누어 줄 것들을 싣고 틈이 나는 대로 농부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지금까지 남부 지방에서는 본 적도 없는 토마토, 양파, 감자, 고구마, 콩, 땅콩 등을 소개하고 직접 요리를 해서 맛을 보였다. 조지가 가르치는 것은 농사와 요리법에 관한 것만이 아니었다. 겨울에도 야채와 과일을 먹을 수 있도록 저장하는 방법과 집 안팎을 위생적으로 깨끗하게 관리하는 법 등 실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나누어 주었다. 그는 생활 개선뿐만 아니라 농부들의 생각을 바꿔 주려고 애를 썼다. 처음에는 “나랑 같은 검둥이 주제에 뭘 알겠어?”라고 무시하던 농부들은 이내 조지 카버의 해박한 지식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조지의 수레가 지나가는 곳마다 농부들의 의식이 변화되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났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이동 학교는 조지 카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되었고 이후에는 ‘농업 학교’로 이름이 바뀌어 농법에서 육아, 영양학까지 다루지 않은 분야가 없었다. 이동 학교의 모습도 마차에서 트럭으로 바뀌었고 간호사, 가정경영 지도사, 농업 지도사, 시골 사람들에게 최신 건축 기술을 가르쳐 줄 건축가가 동행했으며, 훨씬 후에는 교회나 학교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교육용 영화를 보여 주고 강의를 하는 것으로까지 서비스가 확대되었다. 이것은 나중에 미국 전역에서 시행되었다.
땅콩에서 300가지의 제품을 만들어 내다
1915년 앨라배마주를 휩쓴 바구미는 목화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며 미 역사상 가장 큰 재해 중 하나로 꼽힌다. 바구미가 몰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조지 카버는 남부 지방의 농업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만한 작물이 없을까 계속 실험을 하다가 땅콩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거야!”
목화는 땅 속의 질소를 흡수해서 땅을 황폐화시키지만 땅콩은 공기 속에 있는 질소를 흡수해서 땅에 공급해 주기 때문에 토양을 기름지게 하면서 가뭄에도 끄덕없었고, 또한 단백질과 각종 영양분이 풍부해서 목화 대신 심기에 가장 좋은 농작물이었다.
“땅콩을 심어서 뭣에다 쓰게?”
당시 남부에서 땅콩은 아이들 간식용으로 울타리에 조금 심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땅콩을 심으라는 조지 카버의 말에 농부들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땅콩으로 105가지나 되는 음식물과 300가지 이상의 제품, 콩에서 35가지, 고구마에서 118가지 제품을 개발해서 남부를 가난에서 부유한 땅으로 바꾸어 놓았다.
조지는 많은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발명했지만 그것에 대해 대가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누구나 원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지혜를 돈을 받고 나누어 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전쟁으로 독일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던 물감 수입이 중단되자 식물에서 500가지의 물감을 개발해서 한 물감 회사에 무료로 제조 방법을 가르쳐 주고 상품화하게 했다.
조지를 스카웃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체와 연구소에서 거액을 제시했으나 그때마다 조지는 조금의 갈등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은 한 회사가 아닙니다. 저는 이 나라의 모든 농부들의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느 한 사람의 하나님이 아니시듯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지혜는 어느 한 사람이 독점해서는 안 됩니다.”
당시 모든 과학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에디슨 연구소에서는 조지에게 10만 달러의 연봉을 줄 테니 함께 일하자고 제의를 했다. 그러나 조지는 정중하게 거절했고 토머스 에디슨은 조지의 인격에 감동해서 두 사람은 과학자이자 친구로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조지 카버는 누구든지 그에게 상담을 해오면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었으며 편지의 내용은 땅콩에 관해 묻는 것에서 일상 생활에 관한 문제 해결까지 다양했지만 편지 하나 하나마다 끝 문장까지 다 읽고 정성껏 답장을 보내 주었다.
조지의 겸손함과 성실함 그리고 유머 감각은 많은 백인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그 당시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백인 대학교에 초청되어 연설을 하고, 미 하원에서는 의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조지와 교제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칼빈 쿨리지,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같은 미국의 대통령에서, 인도의 지도자 간디, 포드 자동차 회장 헨리 포드 등 정, 재계의 고위 인사들도 많았다. 특히 헨리 포드와는 평생 형제처럼 지내며 억만장자 회장과 가난한 교수의 우정은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사회 고위층과의 친분은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편견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나 같은 검둥이가”라며 자신을 비하하던 흑인 청년들에게 조지 카버는 희망의 모델이었다. 흑인도 백인과 친구가 될 수 있고, 흑인도 존경을 받을 수 있고, 흑인도 나라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 있네. 우리는 그 목적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일세. 세상 어디를 가나 우리를 향한 차별은 있을 걸세. 그것이 없는 곳은 없네. 그렇다면 우리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우리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외에 다른 것에 분노하거나 아까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뭔가? 자네들이 열심히 해서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물이 된다면 우리 후손들은 차별이 없는 세상을 보게 될 걸세.”
흑인 청년들이 인종 차별과 모욕을 당하고 낙심하여 그를 찾아오면 조지 카버는 이런 말로 그들을 위로하고 도전을 주었다.
조지의 친구들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흑인 농부에서 미국 최고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지만 그들을 대하는 조지의 사랑은 조금의 차이도 없었다.
겸손과 검소한 생활로 존경과 사랑을 받는 위대한 미국인
“돈을 많이 모아서 가난한 흑인들을 돕는 일에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이 권유하면 조지는 “내가 돈을 많이 소유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겨서 내 동족을 잊어버릴지도 모르죠”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조지는 터스키기 학원에 처음 부임했을 때 받았던 125달러의 월급을 세상을 떠날 때까지 46년 동안 그대로 유지했다. 학교에서 월급을 올려주겠다는 것도 사양했다. 월급을 받으면 책갈피 속에 넣어 두었다가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는 돈은 차곡차곡 모아서 학교 건물이나 시설에 기부금으로 내곤 했다.
죽기 직전에는 평생을 양복 한 벌에 자기 소유의 집 한 채 없이 학교 실험실에서 생활하면서 모은 6만 달러를 학교에 내놓았고 학교는 이 돈을 씨앗으로 조지 워싱턴 카버 재단을 설립해서 농학 분야에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후원했다.
조지 카버가 땅콩에서 만들어 낸 식품과 제품은 수도 없었다. 마가린, 버터, 비누, 식용 기름, 물감, 구두약, 잉크, 연고, 크림, 접착제, 전기 절연판, 인조 대리석, 플라스틱, 인조 고무, 밀가루, 페인트 등 수많은 제품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1923년에는 과학계에 공헌한 공로로 스프링간 훈장을, 1942년에는 남부의 농업 경제에 기여한 공으로 루스벨트 메달을 받았으며, 1947년에는 그가 태어난 다이아몬드 그로브의 모세 카버 농장에 기념관이 세워졌고, 1951년에는 미국의 50센트 주화에 그의 모습이 새겨졌으며, 1977년에는 위대한 미국인 명예의 전당에, 1990년에는 위대한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도 가입했다.
동족을 무지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어야겠다는 작은 사랑에서 시작된 조지의 발명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 전체를 부요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그 혜택을 누리게 되었고 그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조지는 흑인들의 인권을 외친 적이 없지만 그로 인하여 흑인들의 인권은 신장되었으며 역대 그 어느 인권주의자들에 못지 않은 역할을 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