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상고사 기록에 등장하는 신시는 제천의식이 이루어지는 신성한 공간으로 하늘과 사람이 하나로 이어지는 장소다. 여러 종족들은 신시에 모여 물품교환을 하기도 하고 서로 어우러져 교류와 화합의 장을 열었다. 신시의 주민들은 천손족天孫族으로 고도의 영적인 문화를 이루었다. 마고성麻姑城 시대와 한국桓國의 뒤를 이은 배달국倍達國과 단군 조선에 이르기까지 신시는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으로서 존재한다. <신시의 꿈>은 민족의 성인이며 독립운동의 아버지로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홈암弘巖 나철羅喆의 삶을 픽션과 논픽션이 어우러진 가운데 그려내며 독립운동가들의 이상향으로서 신시를 등장시킨다. 일제 시대 독립운동은 전쟁, 외교, 의열, 정신문화운동, 자결 순국이라는 여러 방법으로 전개되었다. 나철은 이 모든 방법을 다 써서 독립운동을 전개했으며 그 첫 불씨를 당긴 인물이다. 또한 완전히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민족의 정신과 역사를 다시 살려 후세에 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올바른 역사인식의 부재 속에 그의 자취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작가 이병천이 그려낸 나철은 격앙되지 않은 목소리로 무수한 사람들을 독립운동의 길로 불러 모으고, 미물의 죽음에도 가슴의 통증을 느끼는 지극히 섬세한 성정의 소유자다. 그러나 을사오적 처단을 주동했던 엄정함, 준엄하게 이토 히로부미를 꾸짖는 서한을 보냈던 기백을 동시에 지닌 시대의 거인巨人이기도 하다. 나철은 광복이 되기 30년 전에 대한의 독립을 예언하는 시를 남기고 선도仙道 수행법인 폐기법閉氣法으로 스스로 숨을 끊어 순명한다(1916년). 그는 예언시에서 일본의 패망과 남북분단, 공산·자유주의의 대립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언했다. 그리고 한민족의 선도문화가 크게 일어나 세계의 대립과 파멸을 막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실존 인물들과 허구의 인물들이 씨줄과 날줄로 어우러져 펼쳐내는 춤과 노래, 해학, 무속 신앙, 해금 가락, 역사의식 등은 모두 신시라는 거대한 바다로 흐르는 강줄기다. 그 속에서 홍암 나철을 비롯한 운양 김윤식, 손암 오기호, 해학 이기, 백포 서일, 운초 계연수 등 시대의 거물들이 생생하게 우리 앞에 되살아온다. 역사의 그늘에 묻혔던 <천부경>, <삼일신고>, <한단고기>, <태백일사> 같은 경전과 역사서, 배달, 주신, 치우, 다물, 신지, 고시 등 잊혀진 이름들이 그 신시의 바다 속에서 다시금 살아 펄떡인다.
픽션과 논픽션이 어우러져 잃어버린 상고사와 근세사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소설 이 책은 민족의 성인이며 독립운동의 아버지라 자리매김 할만한 홍암 나철의 일대기를 픽션과 논픽션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그려내고 있다. 상고시대에서부터 독립운동의 역사를 유장한 강물처럼 한달음에 실어 나르는 <신시의 꿈>은 <천부경>, <삼일신고>, <한단고기>, <태백일사> 등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서들과 배달, 주신, 치우, 다물, 신지, 고시 등··· 잊혀진 역사 속 이름들을 불러오고 한민족의 가장 위대하고 향기로웠던 상고시대의 기록 ‘신시’를 독립운동가의 이상향으로 등장시킨다. 홍암 나철을 비롯해 운양 김윤식, 손암 오기호, 해학 이기, 백포 서일, 계연수 등 역사의 거물들이 작가 이병천이 그려내는 어진, 강두방, 송이, 한지 등 가공인물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생생하게 만나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소설의 묘미이다.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홍암 나철을 조명한 최초의 역사소설
조선말과 대한제국에 걸친 시대적 배경의 역사소설들은 많았으나 그 시대에 민족혼을 살리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며 거대한 족적을 남긴 巨人 나철을 조명하고 있는 역사소설은 <신시의 꿈>이 최초이다. 나철 매니아로 알려진 가수 조영남은 나철을 일러 “한국의 예수”라 부를 정도이지만 나철에 대해서는 학문적 연구조차 미흡한 현실이다. 기껏 홍암 나철을 알고 있다 해도 일제 시대에 을사오적 처단에 감담한 인물, 혹은 대종교 교주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권세 높은 이들이 탁상공론을 일삼던 그 때 최초로 독립을 위해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벌였던 인물이다. 그는 부당한 일본의 처사에 대해 외국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일본으로 건너가 단식을 하며 항의 농성을 벌이는 등 백방으로 독립 외교를 펼쳤다. 외교 활동을 통한 독립운동이 소용없자 자체정화의 차원으로 을사오적 처단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김으로써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의 불씨를 당겼다. 결국 을사오적 처단도 실패로 돌아가자 마지막으로 민족정신을 바로 세우고 갈기갈기 찢어진 민족의 심성을 하나로 모으는 방편으로 단군교(대종교)를 중광重光한다. 나철이란 인물의 비범함과 신비함은 그의 치열한 삶과 더불어 죽음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나철은 1945년 광복이 되기 30년 전인 1915년 예언시를 남기고, 1916년 선도 최고 경지인 폐식법閉息法으로 순명한다. 그가 남긴 예언시는 일본의 패망과 남북분단, 공산·자본주의의 대립을 날자까지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으며 “백두산의 밝은 도가 일어나 세계의 대립과 파멸을 막을 것”이라는 예언으로 끝을 맺고 있다. 그가 예언한 한민족의 미래는 그의 생전에 그렇게 불러오고자 했던 상고시대의 ‘신시’의 모습이기도 하다.
끝나지 않은 신시의 꿈 ··· 우리는 누구인가? 라고 묻게 하는 소설
신시의 모습은 1만 4천년 전 파미르 고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한민족의 역사 기록인 <부도지符都誌>에서부터 볼 수 있다. <부도지>는 한인桓因, 한웅桓雄, 단군檀君 시대 이전의 마고성 시대 역사를 담고 있다. 그 기록에 의하면 신시는 정치적 중심지 ‘부도符都’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신성한 장소였으며 여러 종족들이 모여 시장을 열었던 곳이기도 했다. 이러한 신시의 본 목적은 종족들 간의 교류와 화합이었으며 물품교환은 부수적인 것이었다. <한단고기>, <삼국유사> 등에서 “한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 3,000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내려와 신시를 열였다.”는 기록이 있다. 한웅이 건국한 배달국의 수도인 신시의 주민들은 천손족天孫族이라 불리었으며 고도의 영적인 삶의 문화를 이루었다. 단군 조선에 이르러 신시의 모습은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건국이념으로 다스려지는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으로 발전하다. 이후 신시는 제천의식을 치르는 신성한 구역으로 인간과 하늘이 소통하는 공간, 대립과 갈등을 융화하고 치유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으며 한민족 사상의 원형을 이루는 배경이 되었다.
<신시의 꿈>은 조선말 부패한 정치로 인해 민란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서구 신문물이 밀려들어오는 격변기로 청과 일본은 무력한 조선을 가운데 두고 밀고 당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임오군란(1882), 갑신정변(1884), 동학혁명, 을미사변(1984) 등이 잇달아 일어나며 급기야 치욕의 을사조약(1905)이 체결되던 당시 조선의 지도층은 허약하고 탁상공론을 일삼고 있을 뿐이었다. 의도적인 일제의 역사 외곡에 의해 한민족의 자취마저 순식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그때에 홍암 나철을 비롯한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은 민족의 정신을 다시 세우기 위해 단군의 나라, 신시를 되찾고자 한다. 소설에서 신시는 다양한 방법으로 암시된다. 직접적인 역사서들의 내용을 인용하며 나타나기도 하지만 1권에서는 무속, 2권은 해금 가락, 3권은 춤을 맥으로 해서 한국적인 소재와 정서 속에 신시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소설에 흐르는 춤과 노래, 해학, 역사의식은 모두 ‘신시’라는 바다로 흐르는 강줄기이다.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가랑비에 옷 젖듯 ‘신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1995년부터 거액의 돈을 들여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일본은 자국의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기 위한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있는데 과연 그들의 역사인식으로 쓴 교과서가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러한 때에 ‘친일 인맥사전 편찬 사업’에 대한 예산 책정이 국회에서 거부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목에서 국사과목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고등학교에서는 그나마 사회과목에 포함되면서 선택과목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정부 고위인사의 해명은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 '수능시험에 시달리는 고교생들에게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한 과목이라도 더 줄여줘야 하기 때문'이며 '국사를 가르치면 국수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주게 돼 세계화에 역행 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2020년에는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그 때 한국은 세계 최강인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낀 샌드위치가 된다. 2020년 무렵 한국을 이끌 핵심 인재들은 지금의 초등학교 상급반 아이들이다. 자신의 뿌리도, 민족의 정체성도 모른는 이들이 이끌어가는 나라의 운명 과연 밝을 수 있을까? 돈 몇 푼에 나라를 팔아먹었던 조선말의 매국노들이 다시 없으라는 보장은 없다.
얼마 전 헐리우드 인기 배우 탐 크루즈가 일본 사무라이로 나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라스트 사무라이>는 일본 건국 신화의 신비로움과 웅장함을 서두로 시작한다. <신시의 꿈>과 엇비슷한 시대배경 속에서 극의 전반에 걸쳐 사무라이 정신과 문화를 아름답고 향기로운 일본 혼으로 승격 시켜 그려내고 있다. 문화의 힘이 21세기를 이끌 것이라는 예측을 이 영화는 단적인 예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수천 년에 걸쳐 내려오는 높은 정신과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남에게 넘겨줄 위기에 처해 있는 때에 <신시의 꿈>의 출간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3.1절 기념행사를 하고 8.15독립을 기념하고 개천절을 기념하지만 누구도 이 기념일이 있게한 시발점이 된 나철이란 인물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철은 바로 이러한 일련의 독립운동과 개천절이 오늘날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 인물이다. 개천절은 나철이 단군교(대종교)를 중광하면서 선포된 날이며, 나철의 대종교로부터 베출된 민족지사들에 의해 3.1운동과 같은 거국적 독립운동이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철은 민족의 독립을 정확히 예언하며 자신의 숨을 스스로 멈추었던 인물이다. 나철을 제대로 조명하는 것은 우리 고구려사의 뿌리인 상고사를 제대로 조명하는 일이며 동시에 아직도 어둠에 가려진 독립운동사와 근세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신시의 꿈>은 문학적 향기 속에서 이러한 크나큰 역사의 강줄기를 그려내고 있는 뜻 깊은 작품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