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어떤 이별들에 대하여
어머니가 넘어지셨다
죽음에 대한 풍경 몇 가지
‘나이’들
병원 그리고 봄날의 인연들
어떤 이별들에 대하여
제발 벗기지 마셔요
2장 6년째 연애 끝
내가 왜 지갑을 채우는지 아니?
39년 만의 동창회, 20년 만의 동창회
곡선들의 그늘진 기억에 대하여
6년째 연애 끝
마초적 봄날에 묻히려다
학교 가는 길 그리고 단풍나무
3장 강병철 선생님이 먼저 때렸거든요
나의 전출 도정기
결코 지치지 않는 잠퉁이들의 몸짓이여
전화라는 괴물
강병철 선생님이 먼저 때렸거든요
4장 슬픔도 힘이 된다
중간고사, 반짝 돌아온 선랑들
슬픔도 힘이 된다
노래와 함께 가다
나는 영화를 일 년에 한 번 정도 본다
달리기 발자국
초로의 흰서리를 새롭게 만나며
영혼이 있는 삶을 가르치는 한 선생님을 만나다!
아버지 세대의 추억과 청소년의 미래를 한 울타리에 담은 착하고 아름다운 사진첩!
아버지 세대의 추억과 시대의 매운 채찍, 청소년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시인 교사 강병철 선생의 교육 에세이 [선생님이 먼저 때렸는데요]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가난 속의 정을 나누며 살던 아름다운 시절의 추억과 시대의 매운 채찍에 맞아 생긴 상처를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으로 살려낸 시인의 자존감과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안쓰러운 학생들의 성장통을 함께하는 천생 교육자의 너그러운 마음이 있다. 아버지 세대의 추억과 청소년의 미래를 한 울타리에 오버랩시켜 간극을 메우는 저자의 글들은 날선 사회와 위기의 학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특히 선생님에게 팔씨름을 하자는 아이와, "얘가 강병철 선생님을 때렸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었어요." "강병철 선생님이 먼저 나를 때리고 도망쳤단 말예요."라는 말이 오가며 폭소가 터지는 교무실의 정경이 왠지 눈시울 시큰하게 만드는 새롭고 오래된 시간의 향기가 일품인 글들이 가득하다.
정을 나누며 살던 아름다운 시절 추억의 사진첩
결핍의 시절, ‘작가는 배가 고프다’는 선생님께 ‘선생을 하면서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던 5학년짜리 소년의 사진첩은 아련하기만 하다.
그 안에는 죽음과 나이 듦의 신산함을 알려주는 많은 사람들과 비상사태와 긴급조치가 연이어 발동되던 시절 고무신 끌고 캠퍼스를 어슬렁거리는 문학청년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교단에서 쫓겨난 벗들에 대한 그리움도 있다. 또한 갓 스물에 국민학교 훈장이 되었지만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학도병으로 끌려가 죽을 고비를 넘긴 아버지와 총기 어린 신식 처녀의 결혼식 장면도 들어 있다.
아들에게 ‘좌경 용공’ 어쩌고 하는 말을 하는 형사를 앞에 두고 "그렇소. 우리 아들은 고등학교 선생님이었고 지금은 소설가요. 소설이 뭔지 모르시겠지만 좋은 사상을 가진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거라우."라고 당당하게 따져주시던 어머니도.......
변혁의 문을 여는 교사들을 만나면서 합체하기로 결의한 시인 선생님
"변혁의 문을 여는 교사들을 만나면서 합체하기로 결의했다. 그랬다. 최루탄 가루를 털어내면서 몸의 손상을 자랑스러워하던 젊은 날의 자존감은 영원히 유효하다. 나 홀로 깨어 있든 보폭을 함께 맞추든 교단이란 구조 자체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점도 당연히 절대 과제다. 그 진정성을 믿었으므로 오랫동안 몸을 움직였다."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되던 무렵 마지막 수업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좋은 사람 되셔요." 그리고 복도로 나와 가슴만 쓰다듬으며 ‘든든한 사랑이여’라는 문장만 주술처럼 되뇌었다는 선생님. 저자는 시대의 매운 채찍에 맞아 생긴 수많은 생채기를 정갈한 언어로 삭여내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으로 되살려낸 천생 시인이다.
소박한 글쟁이, 천생 교육자의 첫 마음 그대로
칠판 앞에 설 즈음 몸과 마음이 새로워진 청년 교사는 국어 교과서의 내용을 수용하지 못했다. ‘모가지가 긴 사슴이나 나그네가 되면 안 됩니다.’ 울멍울멍 신동엽의 시를 읽어주기도 했다. 함께 춤을 추면 하나가 된다고 생각했던 교사의 첫 마음이 다시금 새롭다.
첫 시집 [유년일기]를 낸 이후 주옥같은 작품집을 여럿 펴냈건만, 여전히 신새벽 대학 도서관에 매달려 백의종군 작가로 글자 수를 맞추는 중이라는 시인의 힘도 아직 탄탄하고.......
다시 사랑의 날을 벼리며-삶의 실체와 행간의 의미......
이제사 삶의 의미를 실감한다는 저자의 시간은 그래서 더욱 푸르고 독자들의 마음 또한 덩달아 싱싱해지리라.
"떠꺼머리총각과 방댕이 큰 처녀가 되어 세상에 진출하는 푸르딩딩 젊음들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불량사탕 조무래기들은 그 사이에 포플러처럼 쑥쑥 뻗었고 나는 주름살 깊은 스승으로 쇠어 드는 중이다. 이제 각자 다른 봄을 준비하며 저마다 운동화 끈 조일 것이다.
......이제사 삶의 실체와 행간의 의미를 실감하며 사는 중이다. 남들을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 벼랑 끝 찾아 간극을 메워주는 점액질이 되어야 하리라."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