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부루부루는 모든 동물들이 벌벌 떠는 무시무시한 동물의 왕이다. 부루부루는 늘 아침이면 몸단장을 하고, 초원을 어슬렁거리면서 동물들에게 겁을 주고 흐뭇해한다.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사자 왕에게도 세월이 흐른다. 어느 날부터 부루부루는 동물들을 제대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나빠지고, 사냥감을 제대로 잡을 수 없을 만큼 힘도 약해진다. 부루부루는 약해진 모습을 다른 동물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사냥은 하지 않고 겁만 주기로 한다. 하지만 동물들은 부루부루가 이상해졌다는 것을 눈치챈다. 동물들은 회의 끝에 어린 쥐를 시켜 이유를 알아보기로 한다. 부루부루는 쥐가 갑자기 찾아오는 바람에 죽을 먹고, 틀니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게 된다. 동물들에게 비웃음 당할 생각에 걱정에 잠긴 부루부루. 하지만 동물들은 부루부루에게 찾아와 죽을 나눠 달라고 한다. 부루부루와 동물들은 죽 잔치를 벌이고, 동물들은 무섭지 않고 요리도 잘하는 부루부루 임금님을 좋아하며 함께 노래를 부른다.
매력적인 캐릭터 부루부루
사자가 주인공이다. ‘부루부루’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사자이다. 멋진 왕관을 쓴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사자는 동물의 왕이다. 덩치도 크고, 위엄 있고, 무시무시하고, 당당하고…… 아무튼 보통 사자들과는 다른 대단한 왕이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볼까? 부루부루는 사실 소심하고 여리기 짝이 없는 사자다. 스스로를 힘도 세고 대단한 왕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다른 동물들에게 겁을 주며 흐뭇해 하지만, 외출하기 전에는 꼭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빗질을 하며 단장을 마친 후에 집을 나선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서이다. 또 왕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설거지를 하고 요리를 하는 등 엉뚱하고 소박한 면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이 바로 부루부루의 매력이다. 무서운 듯 보이지만 허술하고 인간적인(동물적인?) 모습 말이다. 책 속 정글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는 무서울지 몰라도 책을 읽는 아이들은 단박에 부루부루가 엉뚱하고 꽤 귀여운,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행복을 가르쳐 주는 책
스스로 멋지고 무서운 왕이라 생각하며 으스대고 살았던 부루부루에게 위기가 닥친다. 늙어서 사냥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빠르게 달릴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늘 당당하고 무시무시한 모습만 보여 주던 부루부루는 약한 모습을 보여 주기가 너무 싫다. 그래서 사냥은 하지 않은 채 숨어서 죽을 먹고 지낸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 동물들은 부루부루가 늙어서 힘이 빠지고, 틀니를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들켜버리자 부루부루는 너무 괴로워하지만 이 일은 오히려 부루부루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계기가 된다. 동물들은 무서운 임금님보다는 친구같이 편안한 임금님이 훨씬 좋았고, 부루부루 역시 다른 동물들 위에 군림하는 것보다 친구가 되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작가는 부루부루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허위 의식, 권위 의식을 꼬집고 있다. 남들 앞에서 으스대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진정 행복한 일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아무도 부루부루의 집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보면 부루부루가 많이 외로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루부루는 찾아 온 동물들과 함께 죽을 먹으며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 으스대면서, 외롭게 살았던 세월보다는 주변의 동물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남보다 잘나고 남들이 우러러 보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남들과 함께 웃으며,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친구나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의 소박한 행복. 어찌보면 평범한 진리이지만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웃음과 함께 행복을 전해 줄 것이다.
곳곳에 살아 있는 유머와 재미있는 그림
《사자 왕 부루부루》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스스로 늙었다는 것을 깨달은 부루부루의 생각과 행동에는 유머가 잔뜩 배어 있다. 또한 소리를 지르자 빠져나간 틀니, 아무것도 모르는 쥐의 엉뚱함 등 곳곳에 웃음을 주는 요소가 가득하다. 글과 딱 어울리는 그림도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부루부루와 여러 동물들의 표정, 행동이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한 가지 빼 놓을 수 없는 점은 그림 곳곳에 숨겨진 작은 재미들이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