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초, 그 신비스럽고도 잔인한 시기의 중국을 소재로 한 아름답고도 장엄한 대하소설!
살인과 열정, 배신, 그리고 세대간의 갈등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 다섯 세대의 운명을 그린 중국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한국의 <토지>를 연상시키는
장대하면서도 섬세한 대하소설!
격동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중국, 그 신비롭던 시대의 잔인한 역사와 신구문명의 갈등, 그리고 세대간의 충돌에도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한 여인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쑤저우의 연인 1, 2>(원제:Spring Moon)이 도서출판 푸르메에서 출간되었다. 중국의 근대화 과정을 기저로 삼아 중국 쑤저우의 명문가인 ‘장씨 가문’의 5대에 걸친 여인의 삶을 조명한 이 소설은, 원서의 탄탄한 구성과 그러한 원문을 한국어로 잘 표현한 깔끔한 번역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출간 당시 미국을 비롯, 영어권 여러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이 작품은 중국계 미국인인 베트 바오 로드(Bette Bao Lord)의 첫 소설이다. 중국인이자 미국인으로서 살아온 그녀는, <쑤저우의 연인>을 쓰는 것은 곧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섬세한 필치로 방대한 중국의 근대사를 다룬 이 소설 <쑤저우의 연인>을 읽은 미국의 클린턴 전대통령은 베트 바오 로드를 일컬어 “과거를 감동적으로 써내며 미래를 인상적으로 구성해내는 작가”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쑤저우의 연인>은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아메리칸 북 어워드>의 후보작으로 지명되면서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쑤저우의 연인>은 중국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은 물론, 세밀한 역사적 사실까지도 작품안으로 끌어들여 요즈음은 드물게 사실적이고 실감나는 소설이다. 1800년대 말부터 1970년대 문화혁명 직후까지의 격동의 시기에, 외세에 대한 저항과 흡수가 빨랐던 쑤저우와 상하이, 베이징을 중심으로 여러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주인공 춘월과 큰아버지인 용재의 비밀스러운 사랑과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암투, 혁명이 삶의 전부인 귀재와 미개한 중국을 깨우치고자 노력하다 공산주의자가 되는 춘월의 딸 채옥과 그녀의 남편인 관지의 열정, 상하이의 신흥 부호인 하풍의 채옥을 향한 사랑 등의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감각적이고 가벼운 치크릿에 식상한 긴호흡의 스토리텔링을 기다린 독자들이 기대하던 바로 그 소설이다.
오랜만에 만난 소설다운 소설, 한마디로 “재미있다!”
<쑤저우의 연인>은 19세기말, 신구세력의 충돌과 서양문물이 유입되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전통적인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던 한 가문의 가치관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면서 시대에 적응하는지, 급변하는 시간 속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세대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은 또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보여준다.
늘 안채에서 숨죽이며 지내던 여인들, 춘월의 할머니인 노마님과 큰어머니 금덕, 어머니 향설로부터 춘월, 그리고 춘월의 딸인 채옥과 채옥의 딸인 동란, 그리고 춘월의 고손녀인 옥춘까지. <쑤저우의 연인>은 바로 자신의 삶의 가치를 찾으려 노력하며 힘겨운 시대를 살아냈던 이 여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중국의 이야기이다.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수하며 모든 상황을 숙명으로 알고 받아들이는 노마님과 금덕, 향설 등의 윗세대와, 서양식 교육을 받고 자라 개혁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채옥과 동란 등의 아랫세대. 이 좁혀지지 않는 간극 사이에서 주인공 ‘춘월’은 자신의 처지와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늘 고민한다. 하지만 춘월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전통과 새로운 사고방식 사이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여러 문제들에도 늘 신중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 이러한 장씨 가문 여인들의 모습은 자신의 주체성과 정체성에 대해 늘 고민하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하며, 춘월이 삶에 대해 보여준 성숙하고도 진지한 태도는 현대인에게 삶에 대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가치1. 생생하게 그려지는 중국인의 독특한 삶의 방식
<쑤저우의 연인>은 광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춘월의 조상들이 살았고 춘월과 그녀의 자손들이 살았던 삶을 이야기한다. 한족의 여자들이 고수해왔던 전족과 남자들의 변발,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양자까지 들여서라도 가문의 맥을 이으려는 장자의식과 같은 중국인들의 독특한 풍습과 당대의 가치관이 함께 드러난다. 설을 쇠는 풍성 하고 따뜻한 풍경과 가문의 사당에서 엄숙하게 예를 표하는 모습 등 우리나라와 닮은 생활의 모습도 담겨있다. 의식주 전반에 걸친 묘사가 곳곳에서 드러나, 당시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을 관찰하고 우리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치2.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중국 근대사
<쑤저우의 연인>은 중국의 근대사를 밑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 무겁지 않다. 역사에 대한 판단 대신 인물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서구 열강이 대륙 깊숙이 파고 들어와 혼란을 야기하고 이에 대항한 무리들은 의화단을 조직하여 난을 일으킨다. 의화단이 잠잠해지자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란을 겪게 되고, 결국 광기의 역사라는 평을 받는 문화 혁명까지 맞는다. 이런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낱낱의 실상이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의 눈으로 핍진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중국이 다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이 서구열강에 저항하고 일제와 갈등하는 모습은 우리의 근대사를 떠올리게 해 공감대를 형성하여 재미를 더하고, 소설의 이해를 돕는다.
이렇듯 중국의 전통과 문화에서부터 정치적 투쟁으로 뒤덮인 역사와 그 속에서 숨쉬는 사람들의 삶까지, 방대한 양을 철저히 고증하듯 재현해내면서도 결코 느슨해지지 않고 끝까지 독자의 주의를 붙들어놓는 작가의 스토리텔러로서의 노련한 솜씨가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가치3. 독특한 구성 방식
이 책은 여느 소설과는 다른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매번 새롭게 장이 시작될 때마다 중국사, 문중 이야기, 혹은 시들로 시작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장치는 장편 소설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덜고, 각 장에 대한 기대와 암시를 줌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한다.
독자는 이러한 도입부들을 활용해서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도 있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역자가 조언하듯, 각 장을 읽은 후 다시 첫부분으로 돌아와 짧은 글만 다시 한번 읽어도 좋다.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되고, 특히 시의 경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도입부의 역할은 이야기의 진행을 해치기보다는 오히려 장면 전환의 기능을 더해 독자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독자 역시 이 책을 읽는 동안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데에 또 하나의 매력이 있다.
가치4. 뛰어난 문장력과 표현력
이 책을 읽으면서 두 번 감탄하게 되는 것은 바로 저자의 뛰어난 표현력과 그 맛을 우리말로 잘 살려낸 유려한 번역문 때문이다. 특히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이 잘 직조된 문장은 물론, 소설 곳곳에 절묘하게 인용된 중국의 격언과 속담들은 촌철살인의 그것이다. 미국에서 자란 저자가 중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중국어만의 독특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들을 이렇게 능숙하게 영어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정신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자 한 작가의 사명감과도 같은 철저한 자료 수집과 작가로서의 의지 때문이었다.
이러한 작가의 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이 작품이 지닌 독특한 표현과 문체의 풍미를 훌륭히 잘 살려낸 번역자의 공로가 크다.
출판사에서도 좀더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여 번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줄이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어 전문가에게 한번 더 감수를 거침으로써 원서 못지않게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