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생에 물고기였나 봐
새 여자는 다 깨끗하지
늦가을 제비는 눈물이다
저 먼 세상 그는 가고 여기 홀로 나만 남아
넌 이제 나를 떠나야 해
넌 학교에서 파충류도 안 배웠니?
채송화가 온 나라, 인도
그렇게 해서 남자가 되는 거란다
폴 고갱의 여인들
그 해 가을이었다
겨울 갈매기
섬에 내리는 눈
여기 어디서 횟집이라도 차릴까
사랑의 이름으로
푸르고 투명한 술
금빛의 다리는 없어도
안개여 안개여
젖은 장미는 한 잎
오르간이 있던 겨울
첼로가 있던 겨울
나의 몸이 네 몸이 되어
안녕하세요, 고갱 씨
겨울이 갔어
고독과 슬픔으로 얼룩진 청춘의 한 시절을 운명처럼 스쳐간 연상의 여인. 세속의 폭력 앞에 굴복한 아름답고 순결한 사랑을 통해 사랑의 시작과 끝, 영혼과 육체의 황금 분할에 대한 있는 모습과 있어야 할 모습을 그린 기념비적 소설!
그 섬에 형민이라는 낯선 사내가 찾아든다. 배 안에서 우연히 만난 유희를 다시 섬에서 만난 형민은 그녀는 통해 지나온 삶을 반추한다.
형민인 유복자인 데다가 어머니마저, 그가 일곱 살 때 불륜의 사랑에 빠져 번민 끝에 자살해 버려 부모에 대한 슬픈 기억만을 갖고 있다. 그 참혹한 비극을 겪고 어머니가 죽은 후 홀로 사는 고모에게 맡겨진 형민은 고독과 슬픔 속에서도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고모와 떨어져 하숙 생활을 하게 될 즈음 형민은 사춘기를 맞으며 `통과 의례`의 진통을 겪는다. 고모와의 야릇한 감정 속에, 육체적 번민에 당황하면서, 형민은 외로움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강가에서 황혼을 그리고 있는 신애를 만나게 되는데, 훗날 신애가 형민의 학교에 미술 교사로 부임해 온 이후부터, 차츰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벽을 넘어 이성으로서의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 서로에게서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게 된 형민과 신애, 형민은 신애로 인해 자연스럽게 성을 받아들이고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용납되지 않는 불륜으로 지탄받게 되어, 온갖 폭력과 강압의 핍박 속에 신애는 학교에서 추방을 당하고, 결국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하고 만다. 끝없는 마음의 고통에 견디다 못한 형민은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가까스로 회복되어 정신병원에서 나온 형민은 더이상 살아갈 의욕을 잃고 자살할 결심으로 신애의 무덤이 있는 섬으로 오게 된 것이다.
세상을 하직하기 위해 그 섬을 찾아 간 길목에서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여전히 그가 남긴 흔적 속에서 살고 있는 유희를 만나면서 형민은 사랑의 절대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형민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유희는 형민에게 다정한 손길을 뻗치지만 그는 끝내 섬을 떠나면서 마음 속 깊이 이렇게 절규한다.
진실한 사랑, 순수한 사랑을 상식의 궤도를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누가 무슨 자격으로 파멸의 선고를 내릴 수 있는가, 사랑의 이름으로 맺어진 남녀의 사이를 세속의 잣대로 터부의 도장을 찍고, 비극의 나락으로 밀어넣는 그 세속의 폭력이먀말로 악의 극치가 아닌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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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라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