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야생동물을 사랑한다는 것!
가족들이 나들이 코스로 동물원만큼 손쉽게 즐겨 찾는 곳도 없을 것이다. 휴일이면 동물원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어른’들로 북적대고, 주변 도로는 차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사람들은 우리에 갇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물들을 보며 웃고 즐긴다.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아이들의 모습도 낯설지가 않다. 동물원은 그야말로 학습과 놀이가 어우러진 훌륭한 장소인 것이다. 시간과 돈을 조금 들이고 발품만 열심히 팔면 우리는 세계 각지에서 ‘살았던’ 신기한 동물들을 구경하고 때론 만져볼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는 돌고래가 벌이는 일명 ‘돌고래 쇼’가 아닐까. 항상 미소를 머금은 채 물 위로 솟구치고, 그 ‘넓은’ 수족관을 쏜살같이 내달리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조련사의 명령에 따라 묘기를 부르고 노래까지 부른다. 거기까지다. 우리가 보는, 보고 싶어하는 것은. 이쯤에서 어린이들이 동물원에 갇힌 많은 야생동물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의 고통과 자유에 대한 열망을. 어떻게 동물원이라는 한 울타리에 갇히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는지, 인간의 개입으로 야생의 본능을 잃고 살아가는 그들의 운명이 얼마나 비참한지…. 니겔 로스펠스가 쓴 [동물원의 탄생]을 옮긴 역자는 후기에서 “이 글을 옮기며 가장 가슴 아팠던 장면은 포획 과정에서 엄마를 잃은 아기 코끼리가 슬픔과 공포 속에 자살하듯 죽어가는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 책을 보면 실제로 동물원에 필요한 야생동물들을 잡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마리의 희생이 따라야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동물원에 가는 사람들을 동물의 형상으로 풍자한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이라는 그림책을 보면, 사람이 동물을 구경하는 것인지 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는 것인지 그 구분이 모호하다. 사람이 동물을 가둔 것은 명백하지만, 주인공인 ‘내’가 동물원을 구경하고 돌아온 날 밤 자신이 창살 안에 갇혀 있는 꿈을 꾼 것을 보면 더 이상 우리가 관객이라고만 할 수는 없으리라. 게다가 엄마는 말한다. “동물원은 동물들을 위한 곳이 아니야. 사람들을 위한 곳이지.” 갇혀 있던 야생동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위험하다고 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고래 로키와 미시와 실버는 무사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 책은 바로 그들에 관한 이야기로, 갇혀 있는 돌고래들이 모두 바다로 돌아갈 그날을 위해 애쓰는 전 세계 단체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주고 있으며, 이 아름다운 야생동물들과 이들을 사랑한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찬탄이 담겨 있다. 지금 영국에는 갇혀 있는 돌고래가 없다고 한다.
야생의 품으로 돌아간 돌고래 로키
이 책에서는 많은 야생동물 가운데 우리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돌고래 로키가 콘크리트 수족관에서 다시 야생의 바다로 돌아가 자유를 되찾는 과정을 사실적이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로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준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은 빼놓을 수 없다. 로키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로, 책의 뒷부분에 그 진행일지가 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는 돌고래에 관해 궁금해할 만한 사실들을 부록으로 실어 어린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이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손호선 연구사께서 감수를 맡아 해주었다).
돌고래의 눈으로 바라본 돌고래 이야기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바다로 돌아가기까지의 이야기가 돌고래의 눈으로 펼쳐지고, 그 다음에는 구조 작업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와 사진들이 일지 형식으로 실려 있다. 살아 있는 물이 아닌 생명 없는 수족관에 갇혀서 20여 년을 ‘돌고래 쇼’를 하며 살아온 로키. 탁 트인 넓은 바다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헤엄치고 장난치며 즐겁게 살아가야 하는 돌고래지만, 로키는 너무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탓에 자유의 기억조차 희미해져 버렸다. 더구나 같이 있던 친구 레이디가 몇 달 전에 죽어 혼자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로키는 늘 웃고 있다. 사실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턱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에 웃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로키는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을 발견한다. 로키는 과연 그 사람이 자신의 이러한 처지를 알고 있을까 궁금해하지만, 그 사람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로키를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날 이후 로키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로키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로키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가 잦아지더니, 자꾸만 로키를 어디론가 옮기는 것이다. 로키는 이러한 여행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주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로키의 앞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놓여 있었다. 더 이상 좁은 수영장을 빙글빙글 돌지 않아도 되었다. 번개처럼 나아가 멀리까지 헤엄쳐 갈 수도 있었다. 그곳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물풀이 하늘거리고 해류가 흐르고 활기가 넘쳤다. 로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로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살아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법이었다. 갇혀서 지내는 동안 늘 죽은 물고기만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친구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로키와 비슷한 생활을 하던 미시와 실버가 들어와 로키와 함께 생활했다. 점차 바다에 적응한 돌고래 세 마리는 점점 바다로 나아가고, 눈부시게 맑은 어느 날 바다와 돌고래들을 가로막던 우리의 문이 사라진다. 믿기지 않았던 상황에 돌고래 세 마리는 머뭇거리다가 우리 밖으로 나가고, 며칠 후 작별인사를 하듯 몇 번 돌아오더니 마침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로 떠났다. 이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실제 이야기는 1989년 6월 베브가 영국 랭커셔 주 모어캠브 머린랜드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베브는 로키를 구하기로 결심하고, 의회 앞에서 평화 시위를 하는 등 노력한 결과 의회로부터 머린랜드 수족관의 돌고래 쇼 광고금지 명령을 받아낸다. 그해 11월 본 프리 재단 등과 ‘푸른 바다로’ 사업을 시작한다. 마침내 1991년 9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로키와 미시와 실버가 드넓은 바다로 헤엄쳐 간다. 지금은 ‘푸른 바다로’ 사업이 끝이 났다. 더 이상 영국에는 갇혀 있는 돌고래가 없는 것이다. “돌고래들이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짧은 기간이지만 야생 돌고래로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놀고 활기차게 살았던 시간은 염소 냄새 지독한 콘크리트 수영장에 갇혀 보낸 수십 년의 세월보다 훨씬 더 나을 것이다.”
본 프리 재단
영화 <야성의 엘자(Born Free)>의 배우 빌 트레버스와 버지니아 매케너가 1987년에 설립한 ‘본 프리 재단’은 동물의 복지와 야생 식물 보호에 힘쓰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 프리 재단의 목적은 야생 동물을 괴롭히는 일을 금지하고 자연 서식지에 있는 야생 동식물을 보존하는 것이다. 본 프리 재단의 사업은 캐나다, 미국, 영국,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루마니아 등 포획된 야생 동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본 프리 재단은 사자, 수달, 늑대 또는 침팬지, 코끼리 가족이나 범고래 가족 등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직접 보살피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고, 장기적인 보호사업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개별 동물들을 돕기 위한 기금도 조성한다. 또한 많은 동물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 프리 재단의 책들을 바로 이러한 뜻에서 나온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