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떠나는 신비스러운 아이 얀과 쌍둥이 형제들의 아슬아슬한 여행
끝까지 읽어야만 진실을 알 수 있는 교묘한 퍼즐과도 같은 소설!
‘새로운 세상, 즐거운 책읽기!’라는 관점으로 세계 문학에 새롭게 접근한 다림 세계 문학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바다 아이》가 출간되었다. 그동안 다림 세계 문학은 중국, 이탈리아, 불가리아, 아르헨티나 등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참신하면서도 새로운 문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해 왔다.
이번에 소개되는《바다 아이》는 2000년에 프랑스 서점 협회가 그 해에 출간된 청소년 책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책을 선정하여 주는 상인 ‘소르시에르 상’을 비롯해 프랑스청소년문학상을 받는 등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바다 아이》를 쓴 장 클로드 무를르바는 연극 연출가로 활동했던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로 이 작품에서 연극에서 보여 주었던 놀라운 구성력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야기는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칠흑같이 어두운 한밤중, 일곱 형제가 집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이들이 가출을 결심한 이유는 가장 막내인 얀의 말 한 마디 때문이다. “부모님이 우릴…….”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얀의 모습에 형제들은 당황하지만 결국 집을 떠나게 된다. 열한 살이지만 네 살배기처럼 키가 작은 얀은 말없이 눈짓과 몸짓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아이이다. 그리고 평소에 알 수 없는 직감으로 형제들을 놀라게 해 형제들은 얀을 자신들의 꼬마 대장으로 생각한다. 얀을 제외한 아이들은 모두 쌍둥이로 막내 얀만 혼자서 태어났다. 부모님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얀과 형제들은 서쪽으로 아슬아슬한 모험을 시작한다. 그들의 목적지는 대서양! 어떻게 갈지, 얼마나 걸릴 지는 오로지 얀만이 알고 있다. 과연 이들은 바다에 도착할 수 있을까? 얀이 들었다던 부모님의 말은 진실일까? 작가는 쉽게 그 대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구성 때문에 독자들은 작품 말미에서야 진실을 만날 수 있다.
일곱 형제의 가출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그리고 열린 마음
세 쌍의 쌍둥이와 몸짓으로 말하는 키가 작은 소년이라는 독특한 등장인물은 이야기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요소이다. 그러나《바다 아이》의 가장 큰 매력은 등장인물이 아니라 구성에 있다. 《바다 아이》는 주요한 이야기인 일곱 형제의 가출 사건을 주인공인 일곱 형제의 시선에서 보여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여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을 태워 준 트럭 운전기사, 우연히 그들을 보게 되는 작가, 홀로 사는 할머니, 공짜로 빵을 주는 빵집 주인 등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 그려 낸다. 다양한 목격자들이 보고 말하는 사건은 일곱 형제의 이야기이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어떤 성격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보인다. 아이들이 기차표를 훔치는 것을 묵인해 주는 흑인 여대생 발레리는 아이들의 눈에서 외국인인 자신처럼 연약하고 애처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태워다 주는 트럭 운전 기사는 갑자기 트럭으로 들이닥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식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결국 《바다 아이》는 하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층적인 여러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풀어내는 작품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도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애처로운 토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집에 무단 침입한 범죄자로 보는 매정한 사업가도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세상을 달라지게 마련이라는 것을 작품은 여실히 보여 준다. 우리의 삶 또한 그렇지 않을까. 나는 나의 삶을 살지만 나의 삶은 다른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든 연결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나를 바로 보는 새로움, 나와 연결된 여러 사람의 인생을 함께 생각하게 되는 놀라움이 함께 하는 작품이 바로 《바다 아이》이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되지만 장 클로드 무를르바는 놀라운 연출력을 발휘해 이야기는 맥이 빠지지 않고 옆길로 새는 일도 없이 치밀하게 얽혀서 더욱 정교하게 이어진다.
샤를 페로의 고전 동화 《엄지 소년》의 새로운 변주곡
세 쌍의 쌍둥이와 엄지처럼 키가 작은 소년 그리고 아이들에게 해를 가하려는 부모님. 아주 고전적인 이야기이다. 《바다 아이》가 프랑스의 유명한 동화 작가 샤를 페로의 《엄지 소년》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춘향전과 심청전과 같은 고전 작품이 계속 각색되는 것과 같이 무를르바는 프랑스 고전을 새롭게 창조해 냈다. 원작의 엄지 소년과 쌍둥이 세 쌍은 식인귀를 만나지만 얀과 형제들은 인정머리 없고 차가운 사업가를 만난다. 엄지 소년은 보물을 찾아 부모님의 곁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지만 얀은 엄지 소년과 달리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얀을 데려다 주는 갑판장 할아버지는 얀이 마치 동화의 세계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아이 같았다고, 자신도 어쩌면 그 동화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곳으로 들어가면 그 아이가 날 받아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장 클로드 무를르바도 샤를 페로의 엄지 소년에게 빠져서 같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그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면 그 아이를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고. 그 새로운 상상의 힘이 작가 무를르바가 원작보다 더 멋진 작품을 써내게 된 계기가 아닐까.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