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_ 유목하는 여자
책 머리에_ 이라크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
inner tour 1_ 프롤로그 : 신이 부여한 도시, 바그다드로 가는 길
inner tour 2_ 폭발음으로 시작되는 바그다드의 아침
inner tour 3_ 이라크 친구, 알리와 세르민
inner tour 4_ 포탄이 떨어져도 가난한 이들의 고단한 삶은 계속되고
inner tour 5_ 아이들에게서 웃음과 말을 거두어간 전쟁
inner tour 6_ 저항운동의 거점, 팔루자와 나자프
inner tour 7_ 전쟁으로 마음을 다친 이들의 아픔
inner tour 8_ 이름없이 스러져간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inner tour 9_ 전쟁으로 갈등하는 두 개의 이라크, 아랍 민족과 쿠르드 민족
inner tour 10_ 사막의 태양 아래 피어나는 꽃처럼 아스팔트 위에서 자라는 아이들
inner tour 11_ "우리는 물도, 가스도, 전기도, 음식도 없다"
inner tour 12_ 살람 알레이쿰!(평화가 당신에게)
inner tour 13_ 총대신 문화
inner tour 14_ 이라크 밤하늘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inner tour 15_ 사막에 피는 붉은 꽃
inner tour 16_ 고통의 증언, 증언의 고통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inner tour 17_ 욕망이 만들어 낸 전쟁
inner tour 18_ 에필로그 : 피스 저널리즘(Peace Journalism)
《슬픔은 흘러야 한다》는 한 평화운동가가 이라크에 106일 동안 체류하면서 전쟁을 겪으며 이라크 인들의 날 것 그대로의 삶과 고통, 분노, 그리고 슬픔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이라크 전쟁의 종전이 선언된 지 일년이 다 돼가던 2004년 3월 14일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이라크 인들은 어떻게 전쟁을 딛고 살아가고 있을까, 어떻게 일상을 복구하고 있을까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서 가볍게 떠난 ‘여행’에서 제2의 전쟁이라 불릴 만큼 전국이 포염에 휩싸인 이라크의 현실과 마주하였다. 그런 현실 앞에서 저자는 이라크 인들의 삶과 고통 그 자체가 기록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그다드와 팔루자, 쿠르드 지역을 오가며 이라크 인들의 슬픔과 고통의 삶을 기록하였다. 그 사이 한국에서는 이라크 추가 파병안이 통과되었고, 팔루자에서는 고 김선일 씨가 피랍되어 죽임을 당하였다. 이 책은 한 평화운동가의 양심과 용기로 기록한, 이라크 인들의 삶과 고통의 단면들이다.
뉴스에 보도되지 않은 이라크 전쟁과 이라크 인들의 고통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다
우리는 으레 전쟁 보도란 CNN이 보여주는 것처럼 하늘 위에서 폭탄을 쏟아 놓거나, 멋지게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들의 활동을 떠올린다. 전쟁을 마치 게임처럼 봐오던 어린 독자들과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기성세대에게 이 책은 흔히 뉴스에서 봐오던 전쟁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교를 그만 두고 거리에서 물과 석유를 파는 아이, 16살 난 아들이 잡혀간 아부 그라이브 포로수용소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 출근하다 미군의 총격에 맞아 병원에 실려온 남자, 남편과 아들을 잃고 남은 아들마저 잡혀간 여인, 학교를 그만 두고 무자헤딘이 되고 싶어하는 18살 소년, 이라크 어디에서나 만나고 볼 수 있는 이들이 겪는 전쟁의 일상과 고통들과 마주하면서 우리가 전쟁을 얼마나 피상적으로 느끼고,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했었나 깨닫게 한다. 이라크 인들이 겪는 전쟁의 후유증과 고통이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이 책을 읽어 내리는 동안 내내 깊은 슬픔과 마주하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그들의 모습에서 50년 전 우리가 겪은 전쟁의 상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이들도 한때는 아버지이고 어머니였으며, 사랑스런 아들이었다.”
고 김선일 씨가 피랍되어 죽임을 당한 이후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팔루자 시. 2004년 5월 1일 미군에 의한 봉쇄가 풀리기 전까지 꼬박 26일 동안 팔루자는 외부와 전면 차단되어 있었고 그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민간인 피해 상황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이 책은 당시 급박했던 팔루자의 상황을 난민들과 저항군, 모스크 성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곳에서 어떤 일이 벌여졌는지 기록하고 있다. 팔루자 봉쇄가 풀리자마자 그곳에 가서 난민들을 만났고, 모스크 성직자의 도움을 받아 사망자의 명단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언론에 ‘사망자 00명’중 하나로 이름도 없이 스러져 간 그들이, 한때는 따뜻한 아버지였고, 어머니였으며 또한 사랑스런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저자는 생명의 기운이 넘치던 축구장이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하여 죽음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팔루자의 축구장 공동묘지에서의 독백’을(118p) 통해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다시금 묻는다. 그리고 이렇듯 많은 사람이 죽어야만 하는 전쟁에서 승패는 없다고 말한다.
전쟁의 일상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130여 컷의 사진
이 책의 특징은 무엇보다 사진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군이 파병된 쿠르드 지역, 팔루자 축구장 공동묘지와 피난민들, 바그다드의 여대생, 아부 그라이브 포로수용소, 무자헤딘과 페슈메르가, 바그다드 시내의 대규모 종교집회 등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이라크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가 정도상은 추천사를 통해 “윤정은의 사진 속에는 삶의 진정이 들어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에 담긴 130여 컷의 사진은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전쟁 사진이 아니라 인간의 순전한 고통을 담고 있다. 그것은 미군이 마련해 준 포토라인이나 장면이 아니라 이라크 인 민가에서 함께 생활하고 전쟁과 슬픔, 고통에 대해 깊이 교감하면서 얻어낸 사진들이다. 그래서 삶의 진정이 느껴지는 것이다. 사진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인들과 아이들,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듯하다.
전쟁의 고통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피스 저널리즘을 고민하다
그러나 이 책이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전쟁의 고통을 어떻게 듣고 기록할 것인가, 이 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록자의 성찰일 것이다. 저자는 타인의 고통을 고치겠다고 덤벼들지 않는다. 그리고 섣부르게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라크 인들이 겪은 극한의 고통과 슬픔을 증언하며 도움을 청하는 그들 옆에서 공손하게 듣고 서 있고자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문한다.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손을 잡을 것인가?”
‘누가 이기고 지는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갈등이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쟁으로 인해 사람들은 어떤 고통을 받는지, 폭력에 어떻게 노출되어 있는지를 기록하고 알리는 것.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피스 저널리즘(Peace journalism)’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의 피스 저널리즘에 대한 실천이자 고민과 성찰의 흔적을 잘 보여준다.
《슬픔은 흘러야 한다》는 각 챕터 사이에 저자가 한국의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가 실려있다. 그 편지에는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나 끔찍한 고통을 당한 이들의 증언을 담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지 토로하고, 때로는 달빛 아래 흐르는 티그리스 강의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고, 사막에서 불어오는 샛노란 모래바람을 생전 처음 본 뒤 세상의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닌가 두려워하기도 하는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의 모습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몸보신을 하겠다며 생일날 닭백숙을 해 먹은 이야기며, 폭탄 소리에 집이 폭격되는 건 아닌지 두려워 떠는 이야기 등에서 우리와 똑같이 평범하고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인 저자는 고통에 눈 돌리지 않고, 못 들은 척 하지 않고 양심의 소리에 용기를 냈다. 그리고 결코 평화롭지 않은 삶을 선택한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