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무대 록 가수 조영숙. 그가 스타로 뜨기까지는 어떤 음모들이 있었는가. 그는 왜 자신에게 날아든 팬들과 매스컴의 찬사를 경멸했는가. 대중문화의 세계를 다룬, 이처럼 노골적이도록 리얼한 소설은 없었다. 당신이 만약 대중음악에 열광한다면…이 소설을 넌픽션으로 읽어야 한다. 솔개바람이라는 이름의 한 무명 그룹이 있다. 혁진(기타), 상기(베이스), 지운(키보드), 멸헌(드럼), 영숙(보컬리스트)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혁진과 영숙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불안한 현실, 각자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들로 서로 안타깝게 비켜서 있을 뿐이다. 나이트클럽 밤무대에서 일하고 있던 이들 그룹 중 주인공 영숙이 솔로 제안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숙을 솔로로 데려간 이건기획의 이건후는 철저하게 스타 만들기 작전에 의해 영숙을 '김서정'이라는 스타로 키워낸다. 그 과정에서 영숙이라는 개인의 개성이나 성향, 심지어는 성장환경까지 깡그리 무시된다. 다 만들어진 상품을 파는 과정에서도 이건후는 철저한 프로모션과 기획력을 발동시킨다. 이건후가 설정해서 만들어낸 김서정이라는 가수와 그가 부르는 곡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영숙은 내내 갈등과 후회 속에 있고, 이건후의 프로모션도 실패한다. 계약이 파기되려는 시점에서 이건후는 다시 시작한다. 모든 음악적 컨셉과 상품성을 영숙에게 맡긴다. 영숙은 솔개바람과 만들어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비로소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이건후는 영숙의 분위기에 맞는 프로모션을 개발하고 이서정은 비로소 스타가 된다. 영숙이 빠져나간 후 솔개바람은 밤무대 자리를 잃고 잠시 실의에 빠진다. 다시 한번 데모 테이프를 레코드사로 보내는데 그것을 들은 한 원로 가요평론가를 만나 그의 도움에 따라 솔개바람은 작은 공연장을 얻어 장기 공연에 들어가게 된다. 솔개바람의 공연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조금씩 선전되어 6개월쯤 지나자 안정된 지지기반을 가진 든든한 그룹이 된다. 영숙이 스타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솔개바람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비슷하게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영숙과 혁진의 안타까운 사랑은 계속 이어진다. 정상에선 이들에게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경쟁자들의 모임, 지방 공연에서의 린치사건, 근거 없는 가십기사, 그런 일들이 영숙에게 한꺼번에 쏟아지고, 이건후의 철저한 상업논리는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비슷한 시기에 솔개바람의 마약사건이 터진다. 술집에서 누군가가 권해서 한번 해봤을 뿐인데 바로 그 날 적발된 것이다. 영숙은 그것이 이건후의 배후조종에 의한 것임을 밝혀내고 이건기획을 떠난다. 와해직전의 솔개바람의 재기공연, 그러나 공연장 화재사고로 혁진이 목숨을 잃는다. 영숙은 혁진이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 그 만만치 않음에 대해 절실하게 깨달으며 길을 떠난다. 그러나 시골장터 사람들의 끈끈한 생명력을 보고 삶의 희망을 가까스로 부여잡는다. 이후 도피하듯 외국으로 떠난 영숙은 그곳에서 여전히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평화롭기만한 세상을 만나게 되고, 나름대로 세상을 견디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리고 '오래도록 지속돼 온 삶에 관한 편견을 하나씩 벗고, 그것의 허위와 환상을 지워나가는 일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소설은 이로부터 10년 후 그룹내 친구였던 지운과 결혼해 한국을 떠났던 영숙이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젊음의 지난했던 한 때'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