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섬안에서 태어나, 지금껏 30년 동안 경남 지방의 어린이들을 가르쳐온 교사이며 작가인 김일광 선생님의 동화집이 우리교육 쑥쑥문고 59번으로 나왔다. 김일광 선생님의 동화에는 오랫동안 자신이 터전으로 살아온 바닷가 마을의 정경, 바닷가 사람들의 애환과 심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김일광 선생님의 동화를 읽으면 우리는 우리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자신만을 아끼기보다는 이웃을 둘러보게 하고, 크고 값진 것을 쫓기보다는 작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바라보게 하며 자본의 물결이 일렁이는 대도시의 삶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지금 우리네가 열심히 살고 있는 마을을 소중히 여기게 하는 마음이 솟아나게 하는 이야기이다. <<물새처럼>>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바닷가를 터전으로 일하는 어른들과 그 품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척박하고 고단한 삶이지만 진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냄으로써 작은 행복을 가꾸며 살아가는 그네들의 삶이 얼마나 소박하고 값진 것인지 느끼게 해 준다.
<물새처럼>에는 모두 세 편의 동화가 담겨 있다.
표제작 <물새처럼>은 형제애가 잔잔하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어머니 없이 자라는 관수와 한수. 아버지마저 한번 배에 오르면 보름이나 한 달씩 집을 비운다. 게다가 형 관수는 약하고 어눌하여 동생 한수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한다. 한수는 그런 집안 환경을 답답해한다. 형을 부담스럽고 창피해 하던 한수가 시나브로 형제애를 느끼기까지, 벅차고 힘든 삶의 조건이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서 거친 세상을 딛고 힘차게 날갯짓하는 물새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희망이 묻어 있는 작품이다.
<우리들의 바다>는 영세 어민들의 애환이 가슴 시리도록 담겨 있는 이야기이다. 여울이 아버지는 어렵사리 작은 배 한 척을 장만하게 된다. 진수식을 하는 날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주고 여울이네는 삶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흉어기가 시작되어 여울이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불법 어업을 하고야 만다. 결국 여울이네는 단속반에 걸려 그물을 잃게 된다. 잠수병을 앓던 여울이 어머니는 다시 전복을 따기 위해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아버지는 술에 의지하게 된다. 이렇듯 여울이네는 삶은 점점 더 핍진해진다. 그렇게 절망의 나락에 선 여울이네 가족을 보듬어주는 사람들, 지켜봐 주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여울이네와 같이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이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다시 여울이네는 어업을 시작하게 된다. 동정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려고 하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거룩한 것인지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길고 긴 나들이>는 가족을 잃어버린, 외롭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이야기이다. 고기잡이를 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집을 나간 어머니 때문에 미진이는 학교도 다니지 않고 폐쇄적인 삶을 살아간다. 이런 미진이의 마음을 이웃 할아버지가 감싸준다. 미진이와 같이 가족을 잃어버린 할아버지는 탈북자였다. 가족을 버리고 온 것이 가슴에 못이 되어 지내야만 했던 아픔을 미진이와 나눈다는 이 이야기는 사람은 서로 위로하며 보듬어 줄때 서로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 크게는 통일의 문제까지 되새겨 보게 하는 작품이다.
부모를 잃고, 생계의 어려움마저 닥친 이웃들의 삶이 지난하게 느껴지지만, 세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어려운 환경을 가진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어려움과 고통의 짐을 지고 길고 긴 나들이를 해야만한다. 그렇게 누구나 힘들고 외롭고 쓸쓸한 짐을 지고가야만 한다면 인생 자체는 고통만 가득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러한 삶의 고통을 어떻게 덜어낼 수 있는지, 나눌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길고 긴 나들이>에서 탈북자 할아버지가 미진이에게 “이 세상에 가족은 아니라도 가족만큼 좋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단다. 힘내서 살아야지. 나도 그런 사람들 덕에 이렇게 살아온 거야.” 하듯이, 고기 잡는 그물마저 잃어버려 힘들어하는 여울이네에게 자신들이 쓰던 낡은 그물을 정성 들여 기워 건네준 이웃처럼 이 동화집은 고난과 시련의 위안은, 희망은 바로 사람이라는 것, 이웃이라는 것, 형제라는 것, 친구라는 것을 알려준다. 멍청한 형을 따돌릴 생각만 하던 한수가 자기를 기다리느라 하루 종일 빗속에 있던 형을 사랑하게 되는 모습,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어주는 이웃들의 모습들을 통해 코끝 찡한 인간애를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또한 자애로운 아버지가 들려주는 듯한 정갈하고 푸근한 문체는 편안하게 포항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여행하게 한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