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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입연도
    확인안됨
    출판연도
    표기안됨
  • 출판사
    얼과알  
    ISBN
    9788955290547
  • 도서정보
    185 , A5 , 2002.07.02
  • 도서등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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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그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바람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저 멀리 보이는 깊은 계곡에서 소나무들이 노래를 부르느라 호흡을 조절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바람에 솔잎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 이강에 겹쳐서 서울의 한강이 떠올랐다. 한강에서 부는 바람은 도망치고 싶은 바람이었다. 그 바람 속에는 온갖 나쁜 것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그를 해치기 위해서 음모를 꾸미고 있다가 그가 나타나자 모든 힘을 모아 그를 쓰러뜨리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피하지 않으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이 그 바람에 담겨 있었다. 아무리 가득 네온사인을 채워 황홀함으로 빛난다 하더라도 한강은 물이 흐른다는 느낌보다는 거대한 거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빌딩을 비치고, 네온사인을 비치는 거울이 서울의 남과 북을 가르고 있는 것이다. 그 화려한 황상으로 순진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서서히 죽게 만드는 마법의 거울. 그게 바로 한강이 아닐까.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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