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역시 한국역사연구회 고대사분과 소속 22명의 연구자들이 엄정한 사료 선택, 치밀한 연구를 통해 서술 내용을 검증함으로써 객관성과 학술성을 유지하였다. 이 책은 ‘삼국시대’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우리 역사의 첫 장인 원시고대사회를 일구었던 고대인들의 삶도 전부 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펴는 순간 고대인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고대사회의 건강성
생산력이 낮고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자연으로부터 가장 많은 핍박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고대인들. 그렇지만 그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었다.
고대사회에서 성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인식되었고, 남녀의 성기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성기 모양의 조각품을 만들어 샤먼이 의식을 행하는 데 이용하기도 하고, 외설적이기까지 한 성교 장면을 일상용구인 토기에 붙여놓기도 했다. 한편, 신라 지증왕은 성기가 너무 커 배필을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북만한 똥덩어리를 눈 어느 처자를 만나게 되어 왕후로 맞았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하기도 한다. 왕과 왕비의 성기가 유난히 컸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은 왕과 왕비의 세력과 힘의 크기를 상징한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지증왕은 정상적인 왕통의 계승권자로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므로 정통성을 세우고 그 정통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적 세력기반을 보강하는 일이 지증왕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성기가 과대했다고 한 이야기는,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당시의 관념으로는 가장 설득력 있게 공표한 것일 수 있다(본문 ‘성, 다산의 상징에서 쾌락의 수단으로’ 중에서)
신라 귀족들은 참나무로 만든 주사위를 던지며 술을 마셨다. 주사위에는 이런 글자가 새겨져 있다. ‘술 석 잔 한 번에 마시기’ ‘스스로 노래 부르고 스스로 마시기’ ‘술을 다 마시고 크게 웃기’ ‘덤벼드는 사람이 있어도 가만히 있기’ ‘소리 없이 춤추기’ ‘여러 사람이 코 때리기’ ‘얼굴을 간지럽혀도 꼼짝 않고 있기’ ‘누구에게나 마음대로 노래 청하기’ ‘팔뚝을 구부린 채 다 마시기’ ‘술 두 잔이면 쏟아버리기’ ‘스스로 괴래만이라는 노래 부르기’ ‘월경 한 곡 부르기’ ‘더러운 것을 버리지 않기’ ‘시 한 수 읊기’ 등등. 술자리에서 주사위를 던져 위에 쓰여진 글자대로 행동하는 것이었다.(본문 ‘축제와 놀이’ 중에서)
그 밖에도 여흥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배우기 위해 힘겨운 외국여행을 했던 사람들(본문 ‘신라 사람들의 중국여행’) 그리고 남성에 필적할 정도로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했던 고대 여성들의 삶(본문 ‘고대여성의 산맥과 봉우리’)을 접하면서 독자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되돌아보고, ‘바람직한 사회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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