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하면 기린은 숨을 크게 들이마셔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를 맡기도 하고 작은 소리까지고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뛰어갑니다. 매일매일 말이죠. 초원의 여왕 기린을 누가 부르는 걸까요? 아니면 맛있는 먹이라도 숨겨 놓고 혼자 먹는 걸까요? 다른 동물 친구들은 너무너무 궁금하답니다. "기린님, 매일 해가 질 때쯤 어디로 달려가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창문뱀을 보러간다." 기린은 이해 못할 말만 남기고는 또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궁금해진 코뿔소, 얼룩말, 멧돼지 산양, 코끼리, 어린 양은 기린을 쫓아가 보기로 합니다.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하늘에 별이 총총 떴습니다. 동물들은 숨을 몰아쉬며 두려운 마음을 달래며 창문뱀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푸른 밤 하늘에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창문뱀이 다가옵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빠알게,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 어렸을 적에 이 노래를 한 번이라도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재미삼아 불렀던 이 노래가 영재교육이라면 과연 믿을 사람이 있을까? 어떤 단어를 가지고 또 다른 사물을 연상시키는 것, 그것은 창의력의 시작이라고 도 볼 수 있겠다. 이 책은 청각과 후각이 예민하기로 소문난 초원의 여와 기린이 만난 어떤 뱀의 이야기다. 창문뱀? 도대체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도대체 감을 못 잡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뒷 표지를 덮을 때가 되면 저절로 미소가 생길 것이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그림과 서정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다가오는 가을에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